국내에서 장애인 지위를 인정 받지 못해 특수학교 등교가 어려웠던 난민 어린이(본보 5월8일자 11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민간 차원의 복지 지원을 주선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그간 시민단체 등의 요청에는 ‘법 개정이 필요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팔짱을 끼다가 정권이 바뀌자 부랴부랴 움직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이날 뇌병변장애(뇌성마비) 1급인 파키스탄 출신 미르 바라츠 무하마드자이(11)군에게 등교 도우미 제공(한국사회복지협의회)과 주거 개선(주택도시보증공사),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 차원의 복지를 당장 연계해 주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르군의 아버지인 칼레드 발로츠 무하마드자이(49)씨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정부의 탄압을 받고 한국으로 건너와 2014년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다. 미르군은 2015년부터 부산 사상구의 특수학교(솔빛학교) 입학을 허가 받았지만 등ㆍ하교를 도울 사람이 없어 나흘 만에 등교를 포기해야 했다. 다른 장애인은 이런 경우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외국인 중에는 ▦재외국민 ▦외국국적 동포 ▦한국 영주권자 ▦결혼 이민자만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어 미르군은 장애인 등록부터가 불가능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6월 ‘난민 인정자는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제공받는다’는 난민법 조항에 근거해 복지부에 질의서를 보내고, 올 2월 행정 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껏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복지부가 이제야 뒤늦게 지원에 나선 것이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서 복지부 담당자에게 전화 문의를 했지만 ‘예산 부족해 지원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면서 “발달장애 아동은 어릴 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개선 시기를 놓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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