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던질 수 있다고 했는데…”
시즌 4승을 놓친 류현진(30ㆍLA 다저스)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구원 투수가 곧바로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4승 사냥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2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5회까지 팀이 3-2로 앞서 있었고, 류현진은 총 86개를 던졌다.
한계 투구 수를 100개 안팎으로 볼 때 1이닝을 더 책임질 수 있었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6회초에 류현진을 내리고 구원 투수 크리스 해처를 올렸다. 해처는 곧바로 3-3 동점을 허용해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 다저스는 3-3이던 7회 작 피더슨의 우월 솔로 아치로 균형을 깬 뒤 메츠 구원 투수 제리 블레빈스의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보태 6-3으로 이겼다.
이날 류현진은 최고 시속 150㎞를 찍은 직구에 자신 있었다. 150㎞ 구속이 꾸준히 나오자 총 86개 투구 중 44%인 38개를 직구로 꽂았다. 여기에 110㎞ 초반대의 느린 커브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속도가 붙으니까 느린 커브도 더욱 효과를 봤다. 류현진도 경기 후 “평균 구속이 지난 경기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런 두 방이 아쉬웠다. 류현진은 1회 상대 톱 타자 커티스 그랜더슨에게 시속 148㎞짜리 직구를 얻어맞아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리드오프 홈런을 내줬다. 2회 추가 실점 위기를 야수진의 호수비로 넘긴 류현진은 3-1로 전세를 뒤집은 4회 다시 홈런을 허용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트래비스 다노에게 밋밋한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좌중월 솔로포를 맞았다.
올 시즌 벌써 14번째 피홈런을 기록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였던 2013년 192이닝 15홈런에 근접했다. 2014년 152이닝 8피홈런으로 9이닝당 0.5개의 홈런만 내줬으나 올해는 경기당 1.9개로 2014년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사실 올해 메이저리그는 류현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홈런이 늘었다. 이번 시즌 리그 전체 홈런은 22일까지 2,739개로 투수들은 9이닝당 1.28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수치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가 넘쳐난 20세기 말에도 이만큼 나오지 않았다. 9이닝당 홈런 허용 역대 2위인 2000년은 1.18개, 4위인 1999년은 1.15개였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여러 추측들이 나온다. 롤린스 사(社)에서 제작하는 공인구에 변화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고, 타자의 기술 향상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도 있다. 류현진은 “투수들의 실투가 많이 늘어났고, 타자들의 힘도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현상을 진단했다. 공인구 반발력을 키웠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면서 “내가 실투 없이 잘 던지면 홈런을 쉽게 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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