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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대기업 자발적 변화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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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대기업 자발적 변화 기다리겠다”

입력
2017.06.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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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첫 소통

“규제로 경영 제재 능사는 아냐”

“지속가능한 개혁 추진하되 독단적으로 움직이진 않을 것”

“총수의 판단에 장애요인 가능성”

의지 부족 땐 강공 전환 시사도

그룹 대표들 “변화 고심할 것”

김상조(왼쪽 세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 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상조(왼쪽 세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 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 그룹(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내심’을 강조하며 대기업이 먼저 자발적으로 변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있다”며 대기업 의사 결정 구조의 개혁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그룹 간담회에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기업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제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스스로 선제적 변화에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등 전문 경영인과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대규모 기업집단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이며 미래에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4대그룹을 추켜세웠다. 또 “김동연 부총리, 장하성 정책실장과 시장경제 원리 속에서 예측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급격한 정책상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새 정부 대기업 정책을 짜고 실행하는 과정에 기업 의견을 충실히 반영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과 충실히 협의할 것이고, 결코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칭찬뿐 아니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소수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이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그룹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며 “혹은 정보는 전달되는데 적기에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 요인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평소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을 통한 기업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한국 대기업의 총수 중심 ‘1인 황제경영’ 관행에 대한 변화를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정위원장으로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업인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리겠다” 면서도 “한국 경제와 우리 기업에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못박았다. 당분간은 공정위가 대대적인 대기업 조사에 나서는 일은 없겠지만, 자율적 변화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언제든지 강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각 그룹 참석자들은 “자발적인 변화에 대해 고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어떤 주제가 쟁점이 됐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간담회 전 다소 긴장한 표정이 읽혔지만 만남 후엔 안도하는 기색도 보였다. 권 부회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 정책에 맞춰서 어떻게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까 생각하겠다”며 “저자 직강(대기업정책 주무장관으로부터의 직접 설명)을 들은 즐거운 자리였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양적보다는 질적 규제를 통해 신중하게 정책을 펴겠다고 해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계속 이런 자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 사장도 “국가 경제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소통을 앞으로 자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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