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클린턴 미 대선 후보가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뉴스 5개 가운데 4개가 거짓이었다. 가짜 뉴스가 얼마나 많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제 언론은 수익성 악화 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와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지도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6월 7~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세계신문협회(WAN-IFRA) 주최로 열린 ‘2017세계편집인포럼’의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는 언론의 신뢰성 회복이었다. 미국에서 뉴스 사실 확인(팩트 체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아메리칸프레스인스티튜트(API)가 최근 언론 분야 대학 전공자 1만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니 언론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수익 모델이 아니라 ‘가짜 뉴스’로 나타났다. 가짜 뉴스의 범람은 결국 언론 전체의 신뢰를 떨어 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언론, 미디어 연구기관 80여곳이 참여하는 퍼스트드래프트뉴스는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은 대표 유형으로 ▦잘못된 정보 출처를 가진 기사 ▦본문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제목 및 사진 ▦사실과 함께 섞여 거짓된 맥락을 만드는 기사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를 가려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퍼스트드래프트뉴스의 클레어 와들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정보와 뉴스 속에서 가짜 뉴스를 검증하는 일은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가짜 뉴스는 확산 속도도 빠르다. API가 트위터 10만건을 분석한 결과 ‘오바마 케어로 인해 20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와 같은 자극적인 가짜 뉴스들은 확산속도가 이를 바로잡는 뉴스보다 8배나 빨랐다. 제인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은 “지난 미국 대선을 계기로 팩트 체크 전담 미디어 업체가 이전보다 2.5배 증가했다”며 “앞으로 사실 확인은 기자의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일부 언론들은 정치 분야에서 민감한 가짜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 협력한다. 프랑스의 37개 언론사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대선기간 10주 동안 각지로부터 제보 받은 가짜 뉴스 64건에 대한 사실 확인 결과를 보도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각국 언론인들은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생산을 통해 가짜 뉴스를 정면 돌파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뱅상 피렌느 세계신문협회 대표는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전통 미디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뉴스 홈페이지에 사실 확인 기능을 추가하거나 별도 사이트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이든 화이트 언론윤리네트워크 사무총장도 “인터넷으로 퍼지는 가짜 뉴스가 무기가 되는 현실 속에서 언론은 공공재로서 정확하고 윤리적인 정보를 제공해 차별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반(남아공)=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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