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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상조 공정위장, 4대그룹에 건넨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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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상조 공정위장, 4대그룹에 건넨 메시지는?

입력
2017.06.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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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4대 그룹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인사말 전문.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새 정부 들어 대기업 정책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이 많다. 그 동안 따로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언론을 통해 기업 정책에 대한 무성한 이야기가 오가며 부담감과 우려가 증폭된 측면이 있다. 김상조 위원장과 4대 그룹의 만남이 정책 불확실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고 우리 경제와 사회의 해법, 지향점에 대해 공유할 부분도 많을 것 같다. 대한상의는 정부와 기업간의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우면서 가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간담회가 건설적이고 유익한 되길 바란다.”

◆김상조 위원장

“4대 그룹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특히 권오현 부회장은 해외출장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려운 자리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정부와 재계 간의 소통창구 역할 맡아준 박용만 상의 회장과 이동근 부회장에게도 감사하다. 19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느닷없이 만남을 제안한 건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무리한 돌출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다른 한편으론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자리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을 만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결례를 범했으니 널리 양해 부탁 드린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제가 과거 시민단체 활동할 때도 공정거래위원장 취임할 때도 누차 강조했던 말이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규모 기업 집단들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이며 미래에도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빈말이 아니다. 저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제게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한국경제 전체 차원에서나 개별 그룹 차원에서나 경제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 집단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각 그룹의 경영전략이나 의사결정 구조도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회나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특히 소수의 상위 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졌다는 건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기업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업도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역시 내 생각만은 아니며 국민들도 느끼고 있다고 본다. 왜 그럴까. 혹시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 건 아닐까, 또는 정보는 전달됐는데 적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나의 완벽한 오해일 수도 있다. 또는 기업인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조급한 것일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인 제가 그런 오해나 조급증을 갖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하루라도 빨리 그런 오해나 조급증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례를 무릅쓰고라도 4대기업의 전문경영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려고 하고자 했던 거니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한다.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경제 주체가 대화하고 협력하며 배려와 양보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장하성 실장도 시장경제 원리 속에서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개혁을 추진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나 역시 그렇다. 새로운 사전규제를 만들어 기업의 경영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나아가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이해를 구함으로써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주십사 하고 부탁 드리고자 이 자리 마련했다. 기업인들도 정부정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시기 바란다. 경청하겠고 협의할 것이며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그리고 기업인들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 같은 대화의 자리가 1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될 것이다. 오늘처럼 여러 그룹과 만나는 자리도 있어야 할 것이고 필요에 따라선 개별그룹과 협의할 기회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만이 아니라 정부 여러 부처와 협의하는 자리도 있어야 할 것이다. 협의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순 없겠지만 적절한 시점에 절절한 수준에서 사회와 시장에 알리는 것도 고려하겠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기업인들과 합의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저는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인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 그 과정에서 충실히 대화하겠다. 다만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점, 우리 기업이 또 다시 변화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점, 한국 경제와 우리 기업에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사말을 마치겠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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