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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키운 ‘통신비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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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키운 ‘통신비 인하’

입력
2017.06.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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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폐지대신 요금할인율 높여

취약계층 월1만1000원 감면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 밝히자

업계 “당장 적자” 법적 대응 검토

22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왼쪽) 정책위의장, 이개호(가운데) 국정자문위 경제2분과 위원장, 박광온 국정자문위 대변인이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22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왼쪽) 정책위의장, 이개호(가운데) 국정자문위 경제2분과 위원장, 박광온 국정자문위 대변인이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논란 끝에 문재인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이 22일 확정됐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민단체는 대선 공약인 월 기본료 폐지에서 후퇴한 정부의 준비 부족을 공격하는 한편, 이동통신사들은 수익 감소가 감당할 수준을 넘는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이날 ▦취약계층 월 1만1,000원 추가 감면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20%→25%) ▦‘보편 요금제’ 도입 등이 골자인 통신비 절감 대책을 확정ㆍ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다섯 차례의 보고를 받고 협의한 끝에 가까스로 내놓은 최종안이다. 국정기획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월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중장기 대책으로 미루면서 보편적 통신비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대책에 따르면 취약계층은 기본료 폐지 수준의 월 1만1,000원 감면 혜택을 추가로 받고, 기초연금 대상인 65세 이상 노인도 1만1,000원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수혜자는 약 329만명, 연간 절감액수는 5,173억원으로 추산된다.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해 단말기 지원금 혜택을 받지 않는 사용자에게 약정기간 통신비를 깎아주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이 25%로 5%포인트 높아진다. 계산상으로는 약 1,900만명에 연간 1조원 상당의 혜택이 돌아간다. 고시 개정 사항이라 2개월 뒤 시행 예정이다.

기존 3만원대 요금제에 해당하는 ‘월 음성 200분ㆍ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2만원에 쓸 수 있는 보편 요금제도 처음 도입된다.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업계 1위 SK텔레콤에 보편 요금제 의무를 부과하면 경쟁사들이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3만원대 이상 요금제의 데이터양을 늘리는 효과까지 감안해 연간 최대 인하효과는 2조2,000억원이다. 미래부는 보편 요금제가 자리 잡으면 이외 요금은 이통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요금 인가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 주요 통신비 인하안
. 주요 통신비 인하안

국정기획위는 절감 대책을 통한 연간 통신비 인하액을 최대 4조6,237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완벽히 실현돼도 기본료 일괄 폐지 시 인하액 6조4,000억원의 72% 수준에 그친다. 미래부 양환정 통신정책국장은 “이통사들이 모든 요금제에서 1만1,000원씩을 내릴 수 있는 여력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참여연대가 “기본료 폐지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는 등 시민단체들은 유감을 표했다.

기본료 일괄 폐지란 최악의 경우는 피했어도 이중삼중 부담을 떠안게 된 이통사들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통 3사 영업이익 총액은 3조5,976억원으로 절감 대책이 시행되면 당장 적자로 돌아서게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25% 요금할인이다. 요금할인은 이통사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라 할인율이 5%포인트 높아지면 이통 3사의 연간 매출은 최소 5,000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선택약정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릴 때 순응했던 이통사들이 이번에 거세게 저항하는 것은 앞으로도 비슷한 요구가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취약계층 추가 할인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는 이미 장애인,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복지정책을 운영 중”이라며 “추가 지원을 하고 싶다면 정부 재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바일 기기 이용이 폭증하며 통신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통신사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인하 정책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또한 통신사의 늘어나는 부담에 비해 실제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예를 들어 보편 요금제의 경우 최근 모바일 이용실태를 볼 때 월 1GB 데이터 이용에 만족하며 이 요금제를 선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국장은 “정부도 통신사만 압박할 게 아니라 주파수 경매 대금, 전파사용료 등을 깎아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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