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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아기 고양이에서 개냥이가 된 ‘건고’

입력
2017.06.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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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119. 코리안쇼트헤어 2개월 건고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고 하악질이 심해 건방진 고양이를 줄여 ‘건고’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지금은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기 고양이가 됐다. 카라 제공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고 하악질이 심해 건방진 고양이를 줄여 ‘건고’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지금은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기 고양이가 됐다. 카라 제공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엄마와 같이 있는 새끼 고양이들이 눈에 자주 띕니다. 아장아장 걷기도 하고 엄마나 형제들을 따라 사뿐사뿐 뛰기도 하는 모습은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운데요.

하지만 길고양이의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성묘가 되는 길고양이는 일부이고, 그마저도 평균 2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하죠.

사실 길고양이들은 1,2월이 되면서 발정이 오고 2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친 뒤 4월쯤에 새끼를 낳습니다. 여기저기 새끼 고양이들이 태어나면서 활동가들 사이에선 ‘아깽이 대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때 사람들은 새끼 길고양이를 보고 구조에 나서기도 하지만 자칫 데려왔다가는 다시 길고양이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건고는 이제 사람에게 마음 문을 열고 장난도 잘 치는 개냥이가 됐다. 카라 제공
건고는 이제 사람에게 마음 문을 열고 장난도 잘 치는 개냥이가 됐다. 카라 제공

‘건고’(수컷·2개월)도 어떤 영문인지 모르지만 사람의 구조로 인해 동물보호소에 오게 된 경우입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한 활동가는 늦은 밤 건물 앞 박스를 하나 발견했는데요, 들여다 보니 갓 태어난 까만 새끼 고양이와 참치 캔, 잘 키워달라는 메모가 들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화가 나거나 위협을 느낄 때 이를 내놓고 ‘하악’하는 하악질도 심하고 사람에 대한 심한 경계를 드러냈는데요. 사람의 손길을 너무 거부해서 건방진 고양이를 줄여 ‘건고’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였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캔과 함께 버려진 건고(왼쪽)는 하악질이 심해 '건방진 고양이'로 불렸지만 구조 후 사람을 따르는 개냥이가 됐다. 카라 제공
태어나자 마자 캔과 함께 버려진 건고(왼쪽)는 하악질이 심해 '건방진 고양이'로 불렸지만 구조 후 사람을 따르는 개냥이가 됐다. 카라 제공

건고는 하루 이틀 지나자 밥을 주는 병원 직원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고, 경계가 풀렸나 싶어 쓰다듬으려 하자 다시 하악질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직원의 손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낚싯대 장난감 하나만 넣어줘도 기뻐하며 하루 종일 잘 놀며 사람을 무척이나 따르는 ‘개냥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건고는 이제 다시 길고양이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직은 아기여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하는 건고가 평생을 함께 할 집사를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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