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화수분 야구’(끊임없이 신인 선수들이 샘솟는 야구)와 거리가 먼 구단처럼 보였다. 김성근(75) 전 감독 체제에서 새 얼굴보다 베테랑이 더 중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김 전 감독은 타 구단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밀려난 권용관, 오윤, 임경완, 이재우, 황선일 등 베테랑들을 품었다. 반대급부로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피’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잃어갔다.
하지만 최근 한화 야구가 선수 보는 눈을 뜨고 있다. 이상군(55)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과감한 선수 기용으로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내야수 이양기(36)를 방출하고 고졸 2년차 내야수 김태연(20)을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처음 등록한 21일 ‘무명 반란’이 일어났다.
이날 곧바로 1군에 이름을 올린 김태연은 넥센전에 8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1-0으로 앞선 2회말 2사 1루에서 데뷔 첫 타석을 맞았다. 그는 상대 선발 신재영의 초구를 힘껏 받아 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아치를 그렸다.
프로 첫 경기, 첫 타석, 첫 공에 나온 홈런이다. 2000년 LG 짐 테이텀, 2001년 두산 송원국 이후 KBO리그 역대 세 번째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신인 선수로는 김태연이 처음이다. 퓨처스리그 42경기에서 타율 0.309 9홈런 30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인 김태연은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치겠다는 꿈이 실제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김태연에 앞서 전날에는 늦깎이 불펜 투수 강승현(32)이 빛났다. 강승현은 20일 넥센전에서 5-5로 맞선 5회초 1사 1ㆍ2루 위기에 등판해 1⅔이닝을 실점 없이 깔끔하게 틀어 막았다. 첫 타자 고종욱을 병살타로 유도한 뒤 위기를 넘겼고, 6회에는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최고 시속 147㎞의 빠른 공에 포크볼이 위력적이었다.
2008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강승현은 지난 9년간 만년 2군 선수였다. 시속 150㎞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리는 유망주로 평가 받았지만 1군에만 오면 힘을 못 냈다.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1군 16경기에 나갔지만 16이닝 동안 무려 31실점을 했다. 결국 2016시즌 후 롯데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고, 올해 한화에서 육성 선수로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강승현은 지난 8일 은퇴한 이재우의 빈자리를 이어 정식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1군 엔트리에 오른 그는 이달 7경기에서 승패 없이 7⅔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 중이다. 탈삼진은 14개나 잡아낼 정도로 이제 1군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채 강속구를 꽂고 있다. 한화가 그토록 목말라했던 빠른 볼을 던지는 우완 불펜 요원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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