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이대호/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인상을 쓰니까 야구가 잘 되는 것 같아서 바꿔 봤어요."
롯데 이대호(35)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경기 내내 무표정이던 그의 얼굴이 잠시나마 밝아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계약기간 4년, 총액 15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롯데에 돌아온 이대호는 '주장 완장'을 찼다. 새 출발을 하며 그는 "과거에는 무서운 선배였지만, 이제는 부드러운 선배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팀이 하락세를 타면서 그도 변했다. 팀이 연패 중이던 18일 넥센전을 앞두고는 머리를 짧게 깎고 경기장에 나타났고, 더그아웃은 물론 그라운드에서도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21일 kt 선발 피어밴드를 상대로 선제 스리런을 때려내 18경기 만에 홈런을 추가하고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은 바뀌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이대호는 "어제(20일)부터 인상을 쓰니까 야구가 잘 되는 것 같아서 바꿔봤다. 너무 못 쳐서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했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부진 탈출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인 셈이다. 그는 "사실 그동안 (나에게) 화가 많이 났다. 후배들이 있으니 밝게 하려고는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 표정을 바꾸니 더 진지해지는 것 같아서 그 컨셉으로 가는 중이다"며 "내가 인상을 쓰면 후배들도 눈치를 보게 되니 언제까지 (무표정으로) 가게 될 지는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대호는 6월 들어 장타 가뭄에 시달렸다. 5월까지 홈런 11개를 때려냈지만, 6월 들어 홈런을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대호의 홈런 침묵과 함께 팀도 하락세를 탔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4위를 지키던 팀은 최근 6연패에 빠지는 등 7위로 떨어지며 '4약'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주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이대호는 "내가 안 좋아도 팀이 이기면 마음에 부담이 좀 덜 될 텐데, 안 좋을 때 같이 지니까 더 미안하더라. 나 때문에 팀이 연패를 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고 했다.
짧은 머리카락도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대호는 "어제 연패를 못 끊었으면 다시 더 짧게도 깎으려고 했다. 면도기로 (머리를) 밀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모처럼 홈런포가 터지면서 답답함을 뚫어냈다. 이대호는 "안타가 안 나올 때는 안타를 치기도 힘들다. 야구가 안타를 쳐도 좋은 건데"라며 부담감을 솔직히 드러낸 뒤 "장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가 찾은 답은 '기본'이다. 이대호는 "내 스윙대로 밀어치다 보니 좋은 타구가 나오더라. 가볍게 치는 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밀어치려고 하다보니 중심에도 맞고, 밸러스가 돌아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팀도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고, 이대호의 방망이도 다시 화끈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롯데는 21일까지 2연승을 달렸고, 이대호는 20~21일 9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질 법도 하지만 이대호는 "부담이 너무 쌓인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팀의 주축이고, 주장이다 보니 야구도 생각해야 하지만 후배들도 생각해야 하고, 신경 쓸 부분도 많다. 하지만 그건 롯데와 계약을 할 때부터 생각을 했던 것이고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희망은 분명히 있다. 이대호는 "이제 분위기가 바뀌었다. 후배들도, 나도 팀이 이기는데 중심을 두고 풀어나가겠다. 힘들지만 아직 놓을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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