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축조한 대표 이슬람 유적
IS, 신정국가 선포… 명물 첨탑도 파괴
이슬람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1일(현지시간) 이라크 모술을 대표하는 유적인 ‘알누리 대모스크’를 폭파했다. 알누리 모스크는 2014년 6월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을 맞아 ‘칼리파 제국(신정일치 체제)’ 수립을 선포한 곳이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IS는 모술 탈환 작전을 수행 중인 이라크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이날 알누리 모스크를 파괴했다. 모스크 명물인 45m 높이의 기울어진 첨탑(미나레트)도 함께 폭파했다. 이라크군은 1월 모술 동부를 탈환한 뒤 해방을 선언했다. 하지만 모스크가 위치한 서부 지역은 수복하지 못했고, IS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모스크를 되찾은 다음, 격퇴전 승리를 선언할 계획이었다.
알누리 대모스크는 이라크 화폐에도 등장하는 대표 유적이다. 12세기 후반 축조 후 여러 차례 개축과 보수를 거쳤다. 첨탑이 세워진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스크 건설 시기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1980∼1988년 이란ㆍ이라크 전쟁 때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IS의 폭격 한 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압둘 아미르 얄랄라흐 이라크군 사령관은 BBC에 “모스크에서 15m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는데, IS가 모스크를 폭파하면서 또 한 번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IS는 2014년 6월 10일 모술 장악 후 요나 교회, 모술 박물관 소장 유물, 다니엘 묘 등 귀중한 사료를 불태우거나 파괴해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다. 유엔은 IS가 민간인 10만명을 인간방패로 활용해 최후의 저항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IS를 대변하는 아마크통신은 “알누리 모스크는 미군 공습에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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