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저서에서 왜곡된 여성관이 또다시 파문을 일으키자 야권은 경질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탁 행정관은 2007년 공동저자로 참여한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 등의 표현으로 또다시 성 의식 왜곡과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구체적으로 그는 저서에서 "이상하게도 학창 시절에 임신한 여선생님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며 "임신을 하려면 섹스를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일단 연상이 되는 거야. '나한테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섹스를 한다' 그런 야릇한 연상 작용인 거지"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저서 '남자마음설명서'에서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등의 표현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사과한 바 있다.
야권은 일제히 탁 행정관의 경질을 거듭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비뚤어진 여성관도 모자라 임산부에 대한 변태적 시각으로 신성한 모성을 모독했다"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의 이유로 국민 지지를 들면서 탁 행정관에 대한 반대 여론을 외면하는 것은 여론을 입맛에 맞게 취사 선택하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탁 행정관을) 즉각 경질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것만이 문재인 정권의 품격을 회복하고, 분노한 민심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책에서 여성비하를 일삼고도 청와대에 취직한 탁 행정관이 다시 문제"라면서 "또 다른 책에 담긴 저급한 성 인식의 수준을 보고 있자니 뒷목이 뻐근하다"고 덧붙였다.
리은경 바른정당 상근부대변인 역시 "'내 성적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 '첫 성 경험, 좋아하는 애가 아니라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친구들과 공유했던 여자'라는 등의 표현만으로도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주기 충분하다"며 날 선 공세를 펼쳤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있던 시절 측근으로, 그릇된 성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은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개혁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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