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원 규모 재원 마련될 듯
콜센터 직원ㆍ전화판매원 등에
복지포인트ㆍ상품권 지급 고려
노조 “하청업체 관련 합의 없었다”
KB국민카드가 정규직 임금 동결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원청ㆍ하청 기업 간 상생 모범 사례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추진 과정에서 노사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조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이날 국민카드 노조는 지난해 정규직 1,500여명의 연봉을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의 임금단체협상을 75%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카드는 임금 동결로 마련한 재원을 콜센터 등 하청업체 직원 2,500여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2015년 연봉이 2% 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임금동결로 생기는 재원은 25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카드가 하청업체 직원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콜센터 직원과 전화판매원 등은 사내 비정규직이 아니라 도급계약에 따른 하청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임금인상 등의 직접 지원은 할 수 없다. 국민카드는 복지 포인트와 상품권 지급 등의 다양한 지원방식과 규모를 고려하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은 우리 회사의 고객이 문의할 때 만나는 첫 관문이기 때문에 이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주고 자부심을 높여주는 게 회사의 발전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권의 비(非)대면 거래가 늘면서 콜센터가 중요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카드 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직원들 연봉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노조에서는 임단협 합의문에 ‘하청업체 직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 국민카드 노조위원장은 “합의 문구에 하청업체 관련 내용은 한 글자도 없다”며 “임금 동결 시 노조원들에게 특별보로금을 보장하기로 하는 등 제도 변경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임단협 합의문에 하청업체 내용이 없었던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임금동결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6개월여에 걸친 국민카드의 2016년 임금협상은 이날 마무리됐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사측이 성과연봉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노사갈등을 빚었다. 지난 연말에 이르러서야 노사는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강행을 없던 일로 하고 임단협을 개시했다. 국민카드의 올해 임금협상은 이르면 9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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