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만들면 대박” 얘기 솔깃
등산로서 파낸 일당 4명 덜미
“작지만 희귀… 가격 산정 불가”
서울 광진구에 있는 아차산 등산을 즐겨 하던 최모(62)씨는 2년 전 한 등산객으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 옆쪽으로 바위 틈을 비집고 자란 아주 희귀한 소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는 것. 등산객은 “용틀임 모양의 적송(赤松)인데 분재로 만들면 상당히 비싸게 팔릴 것”이라는 등 그 소나무 예찬을 한참 늘어놓았다. 조경이나 분재에 관심이 없던 최씨 눈에도 귀가 열리자 바위 틈 소나무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최씨는 곧바로 소나무를 훔쳐 팔기로 결심하고, 범행을 위한 사전준비에 나섰다. 인터넷 정보 습득은 기본, 조경 전문가에게 용틀임 모양 소나무가 어느 정도 값어치가 있는지 묻거나, 분재 전문가를 만나 뿌리 손상 없이 나무를 캐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최씨가 ‘작전 실행’에 돌입한 건 올 4월 25일이었다. 인적이 드문 밤 10시30분쯤, 그는 망치와 정으로 바위를 깨 소나무를 파내는데 성공했다. 아차산 관리사무소 근처에 소나무를 숨겨놓고는 이튿날 밤 지인 3명과 함께 충북 음성군에 있는 분재전문 농장으로 옮겼다.
일확천금을 노린 범행은 광진구청의 신고와 경찰 추적에 꼬리가 밟혔다. 소나무가 사라진 걸 뒤늦게 알게 된 광진구청 측이 지난달 23일 경찰에 도난신고를 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추적 등으로 음성군 농장에서 분재 작업에 들어간 소나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경찰은 최씨를 산림자원의조성및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범행 현장에서 망을 보거나 운송을 도운 A(33)씨 등 지인 3명은 장물운반및보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가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해당 소나무는 높이 1.5m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100년 이상 자란 것으로 파악됐다”며 “자생 환경이 워낙 독특해 가격산정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소나무를 구청에 돌려줬으며, 최씨 일당을 상대로 추가 범행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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