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박 회장 몽니에 끌려다닐 수 없다”
“매각 무산시 추가지원 못해”
법정관리까지 염두에 둔 포석
계열사 지원도 단절 경고
박회장 인수 꿈 물거품 될 듯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타이어는 각별하다. 박 회장이 대학 졸업 직후인 1967년 입사하며 경영에 첫 발을 내디딘 회사이기 때문이다. 2010년 채권단에게 넘어간 금호산업을 2015년 되찾은 그에겐 금호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이 금호타이어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국영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게 매각하려 하자 박 회장이 ‘금호’라는 상표권 문제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다시 살아나는 ‘우선매수권’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는 게 박 회장의 복안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까지 품에 안겠다는 이런 박 회장의 포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식의 행보에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입장이 더욱 완강해졌기 때문이다. 더블스타로의 매각 외에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20일 실무회의 후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보낸 최후 통첩은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되찾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용납할 수 없으니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로 요약된다.
앞서 금호산업은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사용 기간 20년 보장, 독점적 사용, 계약 해지 불가,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등을 주장하며 채권단이 제시한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해지, 사용 요율 0.2%’ 조건을 거부했다. 더블스타는 애초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의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인수가 어렵다고 밝혀 금호타이어 매각은 불발 가능성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오는 9월 23일까지 매각 과정이 끝나지 않으면 이번 매각은 취소되고 박 회장 측이 청구하지 않았던 우선매수권은 부활한다.
채권단이 매각 무산 시 금호타이어에 “추가적인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법정관리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 경영진 책임 추궁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채권단은 “현 경영진 퇴진, 우선매수권 박탈”까지 공식화하면서 박 회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나아가 금호아시아나 등 다른 금호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도 끊을 수 있다며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채권단의 강경대응은 금호타이어의 부실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박 회장에게 끌려 다닐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워크아웃 이후 3조9,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받았지만 중국 부문의 위기 등으로 2015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매각 진행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책임 추궁 등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은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서는 3개월 상환을 연기해주는 한편 박 회장 측이 상표권 협상에 응할 경우 대출금리를 조정해 상표권 사용 요율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이 “금호산업 이사회의 전향적인 협조를 재차 요청한다”고 밝히면서 공은 다시 박 회장 측으로 넘어갔다. 박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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