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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초보? 양양 죽도해변으로 가라

입력
2017.06.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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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얕아 “입문 코스” 주말 북적

파도가 좋은 중문엔 고수들 몰려

서핑에 매료된 이들이 전국 해안의 문화 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다. 서울 서핑족이 즐겨 찾는 강원도 양양 해변에서 서핑은 스포츠가 아닌 삶의 일부다. 서핑숍과 카페, 펍이 줄줄이 들어선 것은 물론 서핑 전문 매체도 양양에 자리를 잡았다. 서핑 용품 벼룩시장과 해변의 클럽 파티도 양양의 새로운 문화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 해변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서핑대회는 서핑 고수들의 집결지다. 서핑족의 급증으로 놀이공원 문화도 달라졌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는 올해부터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의 인공 파도풀에서 서핑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때이른 불볕 더위에 제철을 맞은 서핑 명소를 다녀왔다.

도시 서퍼의 천국 양양 죽도해변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 인근 인구항길에서 열린 플리마켓을 찾은 관광객이 휴가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 인근 인구항길에서 열린 플리마켓을 찾은 관광객이 휴가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10일 오후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 인근 인구항길에서 이색 장터가 열렸다. 서핑 마니아들과 19개 스폰서들이 마련한 플리마켓(벼룩시장). 서퍼들의 재산목록 1호인 중고 서핑보드와 웨트슈트, 부츠와 핸드메이드 액세사리, 페도라 모자 등 휴가용품이 매대를 가득 채웠다. 죽도는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인 1,000여명이 파도에 몸을 맡기는 대한민국 대표 서핑 해변이다. “수심이 비교적 얕지만 파도의 질이 좋아 서핑 입문 코스로 제격”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서핑숍이 20곳을 넘어섰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여름을 만끽하려 죽도 해변을 찾은 서퍼들은 이날 저렴한 가격에 서핑ㆍ휴가용품을 ‘득템’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진헌(31)씨는 “서핑과 쇼핑, 즉석 콘서트, 맛있는 먹을 거리가 어우러져 즐거움이 가득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플리마켓 수익금 일부를 양양 현남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국내 최초 서핑 전문잡지 ‘WSB 팜 서프 매거진’ 출간 행사를 겸해 열렸다. 서핑 마니아들이 온라인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지원해 1년에 단 한번 발간하는 잡지다. 올해는 YB드러머 출신 뮤지션 김진원(47)씨의 양양 기사문항 서핑 예찬과 고성 봉수대, 양양 물치, 포항 신항만, 제주 쇠소깍,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해변 등 국내외 서핑 명소 체험기를 담았다. 장래홍(33) 편집장은 “서핑을 단순 레저스포츠가 아닌 문화현상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주요 서핑 포인트의 실시간 웹캠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에서 서핑 입문자들이 입수 전 전문강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에서 서핑 입문자들이 입수 전 전문강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죽도해변에는 이국적인 퓨전음식점은 물론 펍, 게스트하우스, 마트, 캠핑장 등 서퍼들이 먹고 즐길 수 있는 곳도 충분하다. 밤이 되면 영화상영과 댄스 페스티벌 등 해변 일대가 거대한 젊음의 축제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날도 ‘WSB 팜 서프매거진’ 출간 기념행사에 이어 서프뮤직 앨범 ‘파도 타러 가는 7번 국도’ 제작 발표회가 열려 인구항 일대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30일부터는 서울에서 양양을 90분 안에 주파하는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될 예정이어서 더 많은 수도권 서퍼들이 양양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양양군도 국내 제1의 ‘서프시티’를 모토로, 서퍼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중 죽도와 기사문 등 주요해변 편의시설 확충은 물론 웹캠을 설치해 전국 서퍼들에게 파도의 질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서퍼들을 위한 플리마켓이 열린 강원 양양군 인구항길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WSB FARM서퍼매거진 제공
서퍼들을 위한 플리마켓이 열린 강원 양양군 인구항길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WSB FARM서퍼매거진 제공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 인근 인구항길에서 열린 플리마켓을 찾은 관광객이 바캉스 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강원 양양군 죽도해변 인근 인구항길에서 열린 플리마켓을 찾은 관광객이 바캉스 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서퍼들의 여름은 중문에서 시작된다

16일 찾은 중문 해변은 웨트슈트를 입고 허리 옆으로 서프보드를 든 서퍼들로 북적였다. 롱보드 오픈 남녀 예선전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다소 긴장한 표정을 한 서퍼 8명이 해변 앞 쪽으로 모였다. 롱보드 부문은 길이가 9피트(274.32㎝) 이상 보드 위에서 선수들이 펼치는 기술 완성도를 채점해 순위를 매긴다. 해변에서 20여m 떨어진 바다 위에서 보드를 탄 채 좋은 파도가 오길 기다리던 서퍼 중 2명이 순간 보드 방향을 해변쪽으로 돌린 후 빠르게 양쪽 팔을 물을 저어 나가 파도가 쑥 솟아 오르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보드 위에 올라섰다. 6∼7초 가량 보드 위에서 기술을 보여주고 서퍼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서 사라지는 파도 속으로 뛰어 내렸다.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색달해변에서 열린 ‘2017 제주오픈국제서핑대회’ 롱보드 오픈 예선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보드를 타고 파도 위를 달리고 있다. 김영헌 기자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색달해변에서 열린 ‘2017 제주오픈국제서핑대회’ 롱보드 오픈 예선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보드를 타고 파도 위를 달리고 있다. 김영헌 기자

우리나라는 태평양 등 큰 바다과 직접 접해 있지 않아 1년 내내 좋은 파도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절별로 달라지는 바람의 영향으로 지역마다 좋은 파도를 맞이하는 시기가 따로 있어 곳곳에 서핑 해변이 조성돼 있다. 보통 남풍이 부는 여름에는 부산이나 제주도 남쪽 해안에 좋은 파도가 들어온다. 따라서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서귀포시 중문색달해변에서는 매년 6월 제주오픈국제서핑대회가 열린다. 한 해의 첫 공식 서핑대회로, 15회째인 올해는 16~18일 남녀 롱보드ㆍ쇼트보드, 초급 남녀 롱보드ㆍ쇼트보드, 주니어(18세 이하) 부문 등에서 대회가 열렸다. 출전 인원 480명을 포함해 600여명이 모여들었다.

7피트(213.36㎝) 이하 쇼트보드 초급 부문에 출전해 2위에 오른 최현정(33ㆍ여ㆍ서울)씨는 “이번 대회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에서 서핑이라는 공통분모로 뭉쳤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어 더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중문 국제서핑대회는 서핑에 빠져 주기적으로 외국으로 서핑여행을 떠나는 서핑 마니아들이 오랜만에 한데 모이는 행사이기도 하다. 서핑이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올해는 올림픽 출전을 희망하는 예비 프로 서퍼들도 대거 참여했다. 대한서핑협회(KSA) 관계자는 “중문대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6번의 국내 대회를 거쳐 상위 순위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 때문에 기존 30∼40대 직장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즐기던 서핑이 수년 전부터 엘리트체육으로 전환되고 있고, 연령층도 유소년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인공풀에서도 서핑한다

서장현(오른쪽) 대한서핑협회장이 15일 경기 용인 캐리비안 베이 인공파도풀 옆에서 서핑 강습을 하고 있다.
서장현(오른쪽) 대한서핑협회장이 15일 경기 용인 캐리비안 베이 인공파도풀 옆에서 서핑 강습을 하고 있다.

“파도가 오면 뒤에서 물살을 맞을 수 있도록 몸을 돌려주세요. 서프보드 위에서 일어설 때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더라도 절대 머리부터 뛰어내리면 안 됩니다.”

15일 오후 4시40분쯤 경기 용인에 있는 실내외 복합형 물놀이시설인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인공파도풀 옆에서 서장현(40) 대한서핑협회장(KSA)의 강습이 한창이었다. 20여분간 이뤄진 교육에는 현장에서 접수한 10여명이 참여했다. 교육에선 안전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사항과 패들링(서프보드 위에서 자유형 하듯 팔로 물살을 헤치는 동작), 테이크 오프(서프보드 위에서 일어나는 동작), 라이딩으로 이어지는 서핑의 기본 포인트 설명이 이뤄졌다. 짐볼 3,4개가 떠받치는 육상 보드 위에서 균형감각을 익히는 가상 훈련도 진행됐다. 호기심에 아빠를 졸랐다는 박효진(12) 양은 “텔레비전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정말 하고 싶었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다에 가지 않고도 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캐리비안베이가 국내 최초로 ‘인공파도풀 서핑 체험’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강사에게 서핑 타는 법을 교육받으면 당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가량 누구나 인공파도풀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서핑은 좋은 파도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이 매력이지만 기상조건에 구애 받지 않는 인공파도풀 서핑도 특유의 장점도 있다. 인공파도풀 서핑은 규칙적인 시간에 일정한 높이의 물살을 만날 수 있다. 폭 120m, 길이 104m의 거대한 인공파도풀은 1분30초마다 정기적으로 2.5m 높이의 파도를 내뿜어 서핑족을 유혹한다. 서 회장은 “바다 서핑은 바람 등 자연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하지만 인공파도풀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저렴한 비용도 장점이다. 찰과상 등을 막는 래시가드 정도만 착용하면 교육비와 장비 대여료를 포함해 1인당 3만원이면 물살을 가르는 서프보드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수도권 거주자들은 동해나 남해까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도 없다. 이런 이유에선지 지난달 10일 첫 선을 보인 인공파도풀 서핑은 동호인들에게 더욱 인기다. 서핑 20년 경력의 이기영(44) 씨는 “동해안 바닷가에 가도 파도가 없어 보드를 타지 못할 때도 있었다”며 “인공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웃었다.

양양=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용인=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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