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가 ‘원칙적으로’ 합법화된 건 캘리포니아의 성인물 판매상인 마빈 밀러(Marvin Miller)에 대한 1973년 6월 21일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부터였다. 대법원은 “작품 전체를 두루 살펴 문학적ㆍ예술적ㆍ정치적ㆍ과학적으로 진지한(serious) 가치가 결여된 경우 음란물로 판정한다”며 그의 무죄를 선고했고, 아동 포르노 등을 제외한 어지간한 포르노는 음란물(Obscenity)로 단속할 수 없게 됐다.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음란물 단속은 1868년 영국 대법원의 ‘헨리 스콧 사건’ 판결을 준용했다. 그건 “(책의 경우)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큰 소리로 읽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성적으로든 종교적으로든 가장 취약한 이를 흔들 만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으면 음란물로 봐야 한다는 그 기준은 울버햄프턴의 항소지방법원 판사(Benjamin Hicklin)의 이름을 따 ‘히클린 테스트’라 불렸다.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음란물 판결의 힘겨루기는 20세기 내내 이어졌다. 작품의 한 부분이라도 음란하면 음란물이던 것이 “작품 전체를 두루 살펴(as a whole)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1933년, 도마에 오른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였다), 어린이 등 취약층이 아니라 “평범한 어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결(57년, 버틀러 사건). ‘로스 판결’로 알려진 새뮤얼 로스(Samuel Roth)에 대한 57년 대법원 판결 등이 대표적이었다. 성인물 판매상으로 벌금과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은 로스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동체의 기준으로 작품의 주된 주제가 전반적으로 호색적인 흥미를 보통의 성인에게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어야만(utterly without redeeming social importance) 음란물”이라고 판결했다.
음란물 판정의 세 원칙, 즉 현재의 평범한 성인을 기준 삼고, 주법이 금한 명백하게 역겨운 성행위 혹은 배설행위 묘사가 있는지, 그리고 ‘진지한 가치’가 전혀 없느냐 등을 따지는 것을 ‘밀러 테스트’라 부른다. 일각에서는 로스 판결-사회적 가치 전무-에서 일보 후퇴했다는 비판도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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