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언쟁 피하는 해결방법”
저음 우퍼스피커 인터넷서 불티
구두 소리ㆍ의자 끄는 소리 등
‘보복’하기 좋은 음원도 인기
“섣불리 했다가 처벌받을 수도”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9)씨는 약 두 달 가까이 위층에서 전해오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기막힌 해결 방법’을 듣게 됐다. 우퍼스피커(저음을 보다 강화한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해보라는 조언. “음악소리는 물론 진동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도 층간소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느끼게 될 것”이라는 비법 아닌 비법이었다. 박씨는 “가격(10만원 상당)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층간소음 고통을 ‘역층간소음’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일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상담신청 건수는 9만3,000여건 정도. 층간소음 때문에 빚어지는 주민 갈등이 쉽사리 진화가 되지 않으면서 급기야 “눈에는 눈이고, 층간소음에는 층간소음”이라며 응징에 나서겠다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부 백모(33)씨는 “헤비메탈 음악을 최고 볼륨으로 틀고 외출했다 돌아오니 윗집에서 찾아와 ‘서로 주의하자. 그 동안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면서 간단히 해결이 됐다”고 했다.
인터넷 공간에는 아예 ‘층간소음 해결법’이나 ‘보복 스피커’라는 문구를 단 ‘응징’ 제품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웃을 괴롭히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판매자들이 내세우는 제품 설명. “이웃과 괜한 언쟁을 해 감정 상하지 말고, 아랫집 상황을 윗집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등의 그럴듯한 이유까지 더해지고 있다. 우퍼스피커처럼 응징용으로 기존 제품을 파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소리가 새지 않도록 방음 처리를 하거나 이동장치를 부착한 그야말로 ‘복수’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괴롭히기 좋은’ 음원도 덩달아 인기다. ‘층간소음’을 키워드로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발자국 소리, 문 여닫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 갖은 생활소음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구두를 신었을 때 나는 소리 등 버전도 다양하다.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무망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1,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데다, 복수 방법이 간단하다”는 게 구매자들 얘기. 망치로 벽과 천장을 ‘통통’ 치기만 하면 된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구모(40)씨는 “망치에 수면양말을 덧씌워 두드리면 벽이나 천장이 상하지 않는다”는 ‘꿀팁’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자체 해결에 나섰다가 졸지에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요즘 역층간소음 신고가 적지 않게 들어온다”며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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