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식물인간 상태로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숨졌다는 소식은 유족 성명을 통해 전해졌다. 성명의 어조는 담담했지만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에 분명한 책임을 물었다.
웜비어 부모인 프레드ㆍ신디 웜비어는 19일(현지시간) “슬프게도 우리의 아들 오토 웜비어가 집으로 오는 여정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야 한다”며 “오토가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오후 2시20분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가족은 “오토가 말하지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고 때때로 고통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지만 죽기 전에는 평화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위안했다. 13일부터 웜비어를 돌본 신시내티대 병원 의료진은 그가 미국 도착 당시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식물인간 상태라고 진단하고, 외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을 중심으로 북한 체류 시 고문설이 꾸준히 흘러 나왔다.
이에 가족은 북한의 책임을 확신했다. “북한인의 손에서 우리 아들(오토)이 받아야 했던 끔찍하고 고문에 가까운 학대행위가 그를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오토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옷을 입고 등장해 “천덕꾸러기 정권(pariah regime)이 오토를 위협하고 거칠게 다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족은 웜비어를 “따뜻하고 적극적이고 현명한 젊은이였으며 호기심과 삶에 대한 열정에 끝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미래의 가능성보다 그와 함께 지냈던 과거에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또 아들의 출신지인 오하이오주 와이오밍과 그가 몸담았던 버지니아대, 신시내티대 병원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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