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문복(22)은 한 때 전국적인 놀림거리였다. 2010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참가했다가 어설픈 랩 실력을 선보인 게 문제였다. 예선 참가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그에겐 ‘힙통령’(힙합+대통령)이란 조롱 섞인 별명이 따라붙었다. 사춘기를 겪던 중학생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방송 출연을 후회했던 것도 잠시, 그는 너무나도 음악을 하고 싶었다.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와 힙합가수 아웃사이더를 만났고 1년간 백업 래퍼로 그의 공연에 참여했다. 오앤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아웃사이더는 장문복이 어느 정도 실력을 쌓자 지난해 정식 계약을 제의했다.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은 장문복은 “난 실력이 부족해도 늘 진심으로 무대에 임했다”며 “아마 그 진정성을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문복은 아직 ‘가수지망생’이다. 소속사에 들어간 후 힙합곡 ‘힙통령’, ‘첵’ 등을 내놓으며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활동을 펼치진 못해서다. 힙합만 바라보던 장문복은 지난 4월 아이돌 가수를 뽑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시즌 2’(‘프듀2’)에 얼굴을 비쳤다. “랩이든, 노래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는 게 아이돌 가수에 도전한 이유다.
“제가 또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과거의 일이 반복 될까봐 두려우셨는지 반대하셨어요. 지금은 제 마음을 알고 믿어주시죠. 전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지만, 하고 싶은 건 꼭 끝까지 해야 하는 승부 근성이 있거든요.”
첫 순위 발표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F등급으로 배정되고 실력 있는 경쟁자들에 밀리면서 매주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종 11명 안에 못 들어도 배우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생각한 초반과 달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장문복은 “다른 친구들은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나만 정체된 것 같았다”며 “매 경연이 어렵고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다른 연습생에게 팬덤이 생기면서 일부 팬들이 귀가하는 장문복에게 욕설을 내뱉거나 그가 무대 경연을 펼치는 도중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등 이른바 ‘장문복 죽이기’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장문복은 “방송 출연 전엔 더한 일도 많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욕을 들어도 이제 별다른 상처를 받지 않아요. 가끔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제 자신이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이전부터 오랫동안 겪어서 이골이 난 건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다치는 걸 보니 죄송스럽죠.”
장문복은 9일 방송된 3차 순위 발표에서 27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생방송 무대에 오를 기회를 놓쳤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가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배웠다. 그는 “3개월 동안 배운 게 지난 몇 년간 연습한 것보다 많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프듀2’ 출연으로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고, 성격도 밝아져 많은 친구와 팬을 얻었다. 17일에는 난생 처음으로 50여명의 팬들과 함께 팬미팅도 가졌다. 장문복은 “다른 건 몰라도 (‘프듀2’ 참가)101명 중에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연습생이 되고 싶었다”며 “그런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더니,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정할 수가 없단다. 이제 22세, 꿈을 찾는 과정을 즐기는 청춘의 기상이 느껴졌다. “아이돌 가수도, 솔로 힙합 가수도 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발표한 ‘힙통령’은 어두운 제 과거를 조명했지만, 지금은 밝고 명랑한 음악을 해보고 싶고요. 어떤 모습이던,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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