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이병규(43ㆍ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가 명실 공히 LG의 레전드로 남게 됐다. LG는 20일 이병규의 현역 시절 등번호 9번을 영구결번한다고 밝혔다. 오는 7월9일 잠실 한화전에서 은퇴 및 영구결번식을 열 계획이다.
이병규의 영구결번은 KBO리그 역대 13번째다. 1986년 사고사한 OB 김영신(54번)을 시작으로, 해태 선동열(18번), LG 김용수(41번), OB 박철순(21번), 삼성 이만수(22번), 한화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 삼성 양준혁(10번), 롯데 최동원(11번), KIA 이종범(7번), SK 박경완(26번)에 이어서다.
이병규는 김영신을 제외한 앞선 11명과 달리 우승 경험이 없다. 사상 첫 ‘무관의 영구결번’이다. 영구결번은 뚜렷한 기준이 없지만 프랜차이즈로 뛰어난 실력과 모범적인 태도 외에 우승으로 귀결되는 팀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병규의 결번은 그가 남긴 발자취와 상징성을 방증한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7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는 신인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프로 17시즌 통산 1,74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1리(6,571타수), 2,043안타, 972타점, 161홈런, 992득점, 147도루를 남겼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연패를 포함한 최다안타왕 4차례와 타격왕 타이틀 두 번을 가져갔고,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최다 수상(6회)과 올스타전 MVP(2011년)도 차지했다.
대기록도 많이 남겼다. 1999년엔 아직도 후발 주자가 나오지 않는 잠실구장 최초의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고, 2013년 7월5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최고령(만 38세8개월10일) 사이클링히트를, 7월10일 잠실 NC전에서는 10타석 연속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2014년 5월6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역대 최소경기 2,000안타의 금자탑도 세웠다. 한 팀에서만 기록한 최초의 2,000안타이기도 했다. 나쁜 볼도 손을 대는 ‘배드 볼 히터’였지만 볼을 쳐서 안타를 만들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 받는다.
국가대표로도 프로 2년차인 1998년 첫 드림팀이 출전한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홈런 4개를 포함해 12타점을 올려 금메달의 주역이 됐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이병규가 맨 앞에 있었다.
유일한 아쉬움이 우승이었다. 1997년과 1998년, 2002년까지 준우승만 세 차례 경험했다. 2007년 주니치에서 주축 선수로 뛰며 재팬시리즈에 올라 현 SK 감독인 트레이 힐만이 이끄는 니혼햄을 꺾고 LG에서 껴 보지 못한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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