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멤버이자 래퍼인 지드래곤(29ㆍ본명 권지용)이 신작 ‘권지용’을 이동식 저장 장치인 USB로 19일부터 오프라인에 정식 유통한 가운데, USB의 음반 인정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에 대한 업계의 상반된 입장을 처음으로 다룬 본보의 ‘USB도 음반 인정…’권지용’은 ‘뜨거운 감자’(13일)와 ‘CD 버린 지드래곤…음반 ‘4차 혁명’ 신호탄’(14일)기사가 연이어 나간 뒤 지드래곤이 15일 관련 논란에 대해 불쾌해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불거진 일이다.
CD가 아닌 USB로만 앨범을 유통하는 판매 형식보다 음악의 저장 방식이 파장을 키웠다. ‘권지용’ USB엔 MP3 같은 디지털 음원은 담겨 있지 않고, 링크만 있다. USB를 컴퓨터에 꽂고 일련 번호를 입력한 뒤 특정 사이트에서 음원을 내려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개정된 저작권법은 음반에 디지털 음원도 포함했다. 하지만 법 해석이 음반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했다고 봐 국가 공인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는 “음이 (LP나 CD 등)유형물에 고정된 것만” 앨범판매량 집계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19일 공식 입장을 밝혀 업계 내 혼선은 지속될 전망이다.
음악팬 사이에선 ‘권지용’ USB 발매를 계기로 음반에 대한 개념이 새로운 문화적 화두로 떠올랐다. 디지털 음원이 시장을 지배한 이 시대에 음반은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분류해야 할까. 20~40대인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들과 20대 인턴기자가 ‘권지용’ USB를 둘러싼 음반에 대한 생각들을 나눴다. 소비자들의 생각을 엿보기 위해 음반 판매량 시장 점유율의 78%를 차지하는 20~40대(예스24 기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음반 인정 받지 못하면 창작자들에 저작권료는?” vs “‘뮤직카드’ 일본선 집계 제외”
라제기 부장(라)=“‘권지용’ USB 음반 논란은 문화 지체와 같다. 끊임없는 매체의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소라 기자(이)=“사람들이 ‘권지용’ USB를 살 때 음반을 산다고 생각하지, 음악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USB를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이 든 유형물을 샀으니 음반이라고 봐야 한다.”
양승준 기자(양)= “소비자의 의도를 음반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다. 중요한 건 ‘권지용’ USB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음원을 내려 받으면 다운로드로 분류한다. ‘권지용’ USB는 전송서비스다. 음반으로 보기 어렵다.”
라=“소비 의도도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한 곡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해 들을 때와 다운로드 해 들을 때 다운로드에 가중치를 둬 차트 점수를 따로 집계한다. 가격이 3만원인 ‘권지용’ USB를 통한 다운로드는 여느 다운로드와도 또 차이가 있다. 음악의 가치 소비 차원에서 ‘권지용’ USB는 음반으로 인정돼야 한다.”
윤한슬 인턴기자(윤)= “어떤 유형물을 사서 내가 소유하며 직접 듣는다는 개념이 중요한 것 같다.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니 음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이해할 수 없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다운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구매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소비자에겐 전송 방식 논란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
이=“음콘협이 ‘유형물에 음이 고정된 걸 음반으로 본다’는 해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권지용’ USB는 CD에 음이 고정돼 있진 않지만, 특정 서버에 음이 고정된 것 아닌가.”
양=“업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준이 필요하다. ‘권지용’ USB를 음반으로 인정하면, 음원과 음반 판매량의 분류 기준이 무너진다. 일본 유명 음악차트인 오리콘에선 카드에 입력된 번호를 입력한 뒤 음원을 내려 받을 수 있는 뮤직카드를 2015년부터 음반 판매량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저가 출시로 음반 판매 부풀리기로 악용돼서다. ‘권지용’ USB를 다운로드로 분류하고, 음원 사이트의 다운로드 보다 차트 점수에 가중치를 둬 집계하면 된다.”
이=“창작자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권지용 USB’가 음반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단순 상품으로 분류된다면, 창작자들에 저작권료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음원, 음반으로 분류된 차트의 개혁이 필요하다.”
김도엽 인턴기자=“이번 논란을 접하면서 음반이란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 세대는 음원사이트에서 음악을 듣는 게 더 익숙하고, 애초 음반이란 말도 잘 안 쓴다. 실체가 있는 걸 사는 것이 음반이라고 생각했지 다운로드 여부가 음반을 분류하는 중요한 기준인 줄은 몰랐다. 디스켓이 사라진 것처럼 음반이란 말도 앞으론 없어지리라 본다.”
윤=‘권지용’ USB에 콘텐츠가 업데이트된다는 게 신기했다. 인터넷 링크를 사용해 얻을 수 있는 장점처럼 보였다. 다만 붉은색 칠이 벗겨지는 등 제작 품질이 매우 아쉬웠다. 품질만 개선된다면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CD 대신 USB를 살 것 같다.”
정리=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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