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피 중인 부동산재벌 궈원구이
권력재편 앞두고 언론까지 동원
“범죄 덮기 위해 두려움에 거짓말”
중국이 미국 도피 중에도 지도부 비리 의혹을 잇따라 폭로하고 있는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와 관련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영매체가 나서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권력재편기를 앞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죄를 짓고 두려움에 떠는 자는 거짓말로 용기를 북돋는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명백히 중국 국내법을 어긴 궈원구이 정취안(政泉)홀딩스 지배주주가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있지도 않은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가 자신을 대상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손해배상소송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겨냥해 비판하는 점 등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위한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이 궈원구이의 폭로가 전파를 타지 못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궈원구이가 지난 16일 해외 중문매체인 명경(明鏡)과 인터뷰한 내용이 유튜브로 생중계되던 중 갑자기 중단돼 중국 해커 공격설이 제기됐다. 당시 궈원구이는 중국 보수파의 원로였던 야오이린(姚依林) 전 총리의 딸이자 왕 서기의 부인인 야오밍산(姚明珊)이 미국 국적자라고 폭로했다. 그는 왕 서기의 가족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270만달러 상당의 호화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와 11월 제19차 공산당대회 등 권력재편기를 앞둔 때라 중국 지도부가 어느 때보다 궈원구이의 폭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부패척결을 앞세워 1인 지배체제를 다져온 시 주석으로서는 왕 서기를 겨냥하는 구원구이가 눈엣가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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