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중 4대 그룹과 만남 추진
재계와 소통하며 지속적 개혁 의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지속적이면서 역전 불가능한(되돌릴 수 없는) 재벌 개혁’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재벌개혁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이르면 22일 4대 그룹(삼성ㆍ현대차ㆍSKㆍLG)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기업인들이 참석하는데 대통령이 (그 전에) 직접 재계 인사를 만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가능한 빨리 이번 주중 4대 그룹을 만남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간 만남 일정과 형식 등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율중이다. 일단 22일이나 23일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는 “4대 그룹에 대해 법 집행을 엄격히 하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취지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의 ‘첫 단추’로 재계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재벌 개혁을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이날 새 정부의 재벌개혁 구상과 관련 “신중하고, 합리적이며, 지속 가능하고, 그러면서 후퇴하지 않는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정책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기업 생태계의 특성상 일회성의 ‘몰아치기’ 방식으로는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 탓에 개혁 입법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점진적’ 개혁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측면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저격수’와 ‘현실주의자’란 별칭을 동시에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의 양면성과 균형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재벌개혁의 기조가 ‘후퇴’했던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실제로 재벌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참여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재벌과 기득권의 저항 등에 밀려 불과 6개월 만에 흐지부지 됐다. 오히려 후반기엔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 등 ‘친재벌’ 정책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 또한 출범 초기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대통령과 재벌 총수 간 만남 이후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는 이날 “기업 개혁은 지속 가능하게, 그럼으로써 역전 불가능하게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기업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정부의 바람이나 사회적 기대에 어긋나는 모습을 반복하는 기업이 있다면 공정위 등 행정부가 가진 수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과의 상시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 생각은 없다”며 협의 채널을 정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직권조사 방침도 공식화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 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 점검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그는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등 경제적 약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해서도 정확한 실태파악을 토대로 적극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힘을 줬다.
김 위원장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앞으로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벌이되, 우선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사안을 적극 발굴해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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