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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답변 거부”만 36차례

입력
2017.06.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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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재판 증인 출석, 모르쇠 전략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협의 관련 18차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협의 관련 18차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삼성그룹 승마지원과 관련해 박근혜(65)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9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죄 등 공판에서 박 전 사장은 특검의 모든 질문에 “죄송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 전 사장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015년 7월 2차 독대 이후 이뤄진 정씨를 위한 삼성의 승마 지원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이날 그의 증언 내용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본격적인 신문에 앞서 검찰과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이 담긴 조서를 당시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서명했는지 묻는 절차에서부터 답변을 거부했다. 조사 때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나 진술서는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당사자가 법정에 나와 당시 직접 서명한 사실을 확인해야만 증거 능력을 갖게 된다. 박 전 사장은 이 절차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박 전 사장은 “답변을 거부한다”는 말만 36차례 반복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박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예정돼 있는 삼성의 전 고위인사들도 모두 ‘증언 거부’ 의사를 재판부에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차원의 재판 대응 및 방어 전략으로 읽힌다. 삼성 전 고위임원들은 본인의 형사재판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증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그보단 승마 지원 얘기가 오간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내용은 독대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나, 이 부회장 말을 전해 들은 관계자 진술 없이는 규명해내기 어려워 관련 증언 거부 전략을 들고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은 이날 삼성 측 공동 변호인단이 이 부회장을 위해 다른 피고인들에게 ‘증언 거부권’을 조언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어떤 변호사로부터 ‘증언거부권’을 조언 받았냐”고 묻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진행된 최씨 등 공판에서도 임대기 제일기획 대표나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김완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 등 증인으로 채택된 삼성 관계자들 전원은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삼성 측 전략의 성공 여부는 결국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하면 조서 등은 증거로 쓰일 수 없다. 특검은 다른 증거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특검은 삼성 전 임원들의 ‘증언거부 사태’를 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조직적 비호” “사법제도를 무시하는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오만”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전략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대기업이 사법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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