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별거하다가 부인이 사망하자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던 남편이 상속재산을 나눠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극히 일부인 6.7%만 받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권양희)는 남편 A씨가 “사망한 부인의 상속재산 2억8,800여만원 중 절반을 지급하라”며 자녀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소송에서 “1,920여만원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부인 B씨와 1975년 결혼했지만 1982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별거 후 자녀 3명은 모두 부인이 양육했다. A씨는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도 제기했는데 당시 법원은 남편 A씨가 이혼 사유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사이로만 남았다. 심부전증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부인은 2010년 5월 사망했지만 A씨는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A씨는 5년 뒤인 2015년 자녀들을 상대로 부인이 남긴 재산 중 자신의 상속분을 분할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를 부양해온 자녀들의 경우 재산 80%를 상속받도록 했지만, A씨에 대해선 재산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여분을 인정하려면 고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을 유지 또는 증가하는데 특별히 기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편 A씨는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았고 연락 없이 공장을 수 차례 이전해 자신의 거처를 B씨가 알 수 없게 했다.
재판부는 B씨의 장녀와 장남이 모친의 재산 유지와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사실을 인정해 두 사람의 기여분을 각각 40%로 인정했다. 두 사람 모두 직장 생활을 하며 모친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했고, 일정 기간 어머니와 같이 살거나 병간호를 한 만큼 그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장녀와 장남의 기여분 합계인 80%를 제외하고 나머지 20%인 5,760만원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본 뒤 이 가운데 자녀와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에 따라 A씨에겐 3분의 1에 해당하는 1,920여만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법원 관계자는 “남편이 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배우자 사망 후 법정 상속인으로 인정된다 해도 자녀 등 다른 상속인들의 기여분이 상당 비율로 인정되는 경우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