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중국 여성에게 귀화를 허용하지 않은 법무부 조치에 대해 법원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중국인 여성 A씨가 “귀화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2008년 9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A씨는 폭언과 폭행 등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한 끝에 2011년 가출했다. 이후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해 2012년 조정이 성립되면서 헤어졌다. A씨는 2014년 법무부에 귀화허가를 신청했지만 기각 당하자 소송을 냈다.
국적법에는 혼인으로 한국에 살던 중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외국인은 거주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해도 귀화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간이귀화’ 요건을 두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A씨가 결혼생활 과정에서 했던 가출도 이혼의 한 원인인 만큼 간이귀화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다. 법무부는 A씨가 생계유지 능력이 없다는 점도 불허 처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A씨가 남편의 폭행으로 결혼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만큼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다”며 “이를 쌍방 책임에 의한 이혼으로 귀화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적법상 외국인이 귀화허가를 받기 위해선 5년 이상 한국에 주소를 둬야 하는데, A씨는 2008년 입국 이후 국내에 주소를 두고 거주해 해당 요건을 충족한다”며 “이혼 후 현재까지 국내에서 그대로 생활하고 있고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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