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과제 42개 진행
제자들 계좌 비밀번호를 하나로 통일시켜 직접 관리
지방대 교수 연구비 횡령도 적발
정부 지원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원으로 등록된 제자들의 인건비 수억 원을 가로채 가족용돈, 아파트 관리비 등으로 사용한 서울 유명 사립대 대학원 교수 등 2명이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서울 J대 대학원 A(47) 교수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 지원 42개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연구원으로 등록된 제자 20여명의 인건비 3억7,4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해 해당 대학에 징계를 권고했다.
A교수는 연구 시작 전 제자들에게 통장과 계좌정보를 제출하게 하고, 이들의 계좌 비밀번호를 하나로 통일시켜 매달 직접 관리했다. 그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대표학생으로부터 현금을 찾아오게 하거나 계좌이체 시키는 방식으로 3억7,400만원을 가로챘다. 빼돌린 연구비 중 1억3,000만원은 자신의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나머지는 주식투자나 가족 용돈, 교육비, 아파트 관리비 납부 등 생활비에 사용했다.
조사 결과 연구원으로 등록된 20명 중 2명은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A교수가 허위 등록해 이들 명의로 지원금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의 이러한 행태는 대학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권익위에 제보하면서 발각됐다.
강원지역의 사립대인 S대 B(51) 교수 역시 2012년부터 4년 간 14개 정부지원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지급된 인건비 1억6,8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권익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특히 B교수는 해당 연구를 대학 수업 형식으로 진행하면서도 수강생들에게 연구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수법으로 인건비를 가로채 왔다. “각자 계좌로 수업실습비가 지급될 테니, 나에게 주면 된다”는 식으로 학생들을 속였다. B교수의 비위를 알아 챈 일부 학생이 계좌 비밀번호를 바꾸고 인건비를 돌려주지 않자, 그는 ‘부모에게 알리고 신고하겠다’는 등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 송금을 강요하기도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각 대학에 A, B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횡령한 인건비가 전액 환수될 수 있도록 권고했다”며 “서울 H대와 영남 P대 등 관련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조사를 통해 권고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추가 비위까지 확인해 수사기관에 일괄 고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교수들이 제자들의 인건비를 횡령하는 실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5,000억원 이상인 7개 부처의 34개 주요사업에 대한 점검을 벌인 결과, 대학 산학협력단의 연구비 부정사용 사례는 77건(46.1%)으로 다른 기관들(정부기관 47건ㆍ민간기업 43건)에 비해 훨씬 많았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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