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시행 바람 타고
중학교 프로젝트형 수업 확산
손톱 물어뜯는 버릇 고치기 등
학생이 주제 정해서 설문 조사
“쉽고 재밌게 원리 배울 수 있어”
수학교사 93%도 방향에 동의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고치려면, 손톱을 짧게 깎는 게 효과적일까? 네일아트를 하는 게 효과적일까?”
지난해 인천 축현초등학교 4~6학년 3명은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 도전 과제로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골랐다. 수업시간에 손톱을 물어뜯다 선생님에게 혼나는 친구들을 보고서다. 팀명도 ‘버릇조사대’로 정한 이들은 4~6학년 학생 12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51명은 ‘손톱을 짧게 깎는 것이 좋다’고 답했고, 46명은 ‘네일아트를 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손톱 물어뜯기 방지 교육을 받자’거나 ‘손톱을 물어뜯으면 벌칙을 받도록 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생들은 손톱을 잘 물어뜯는 학생을 선별해 2차 실험을 진행했다. 사흘간 지켜본 결과, 네일아트를 한 학생들은 냄새와 손톱이 더러워지는 모습 때문에 물어뜯지 않았지만 손톱을 짧게 깎은 학생들은 습관적으로 손을 입에 댔다. ‘버릇조사대’는 ‘(네일아트 냄새와 같은) 감각을 건드리는 방법’이 손톱 물어뜯기 버릇을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실험은 지난해 통계청 주관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 초등부 대상을 받았다. 중학생은 ‘당신의 비밀번호 안전하십니까?’, 고등학생은 ‘NBA(미 프로농구) 시즌 초반 경기 분석을 통한 플레이오프 진출팀 예측’을 통계적으로 풀어낸 팀이 대상을 받았다.
대회에서나 보던 특별한 학생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통계 프로젝트 참여형 수업이 중학교에서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2학기 수학의 첫 단원인 통계 수업이 지난해 전국 중학교 중 77.8%에서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진행됐다. 재작년까지 일부 시범학교에서 실시됐으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과 함께 수업시간 편성이 자유로워지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수학시간에 통계는 5,6시간 정도 편성되는데, 자유학기제 바람을 타고 한꺼번에 몰아서 편성해 프로젝트형으로 진행하기 용이해졌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교과서 통계 문제를 푸는 방식 대신, 평소 궁금했던 주제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포스터나 신문 형식으로 만들어 발표한다. ‘프로젝트형 통계 수업’시범학교였던 대구 영남 중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매주 인스턴트 음식을 몇 차례 먹는지, 학원을 몇 개 다니는지 행태를 조사하거나 발 사이즈, 용돈 액수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지난해 프로젝트 통계수업에서 거리 앙케이트 방식으로 시간에 따른 불쾌지수 변화를 조사한 서울 이대부중 서혜원 학생은 “조원들이 함께 정한 주제로 직접 조사를 한 뒤 분석을 해 보니 통계 원리를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중학교 수학교사 3,50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95.0%가 ‘활동과 탐구 중심 수학교육 방향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93.1%가 ‘실생활 중심의 실용 통계교육으로 바꾸는 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즐거운 통계수업 연구회 강소영 교사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의 정보수집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드러나고 있다. 학생들의 사교육 시간을 분석한 이대부중 오유준 학생은 “조원들이 조사 과정에 참여를 잘 안 할 때 다른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소민 교사는 “프로젝트 진행 전 먼저 기본적인 통계나 자료처리 방법을 교육시킨 뒤에야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 시간이 촉박하고, 협력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조별 수업을 하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며 수업시간 조정과 전반적인 협동 교육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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