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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논문 돌려막기인가 상납인가… 서울대 선후배 교수 사이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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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논문 돌려막기인가 상납인가… 서울대 선후배 교수 사이 표절

입력
2017.06.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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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사직’ 국문과 박 교수

학부 선배인 불문과 원로 교수에 논문 표절되고도 방치한 의혹

218개 문장 중 177개 문장이 거의 일치…

출처 없이 베껴…서울대는 “표절 여부 조사 중”

박 교수의 논문을 다른 교수가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대자보가 지난달 30일 서울대 인문대 광장에 붙어 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제공
박 교수의 논문을 다른 교수가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대자보가 지난달 30일 서울대 인문대 광장에 붙어 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제공

제자 논문 표절 의혹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본보 17일자 4면)가 자신의 논문을 다른 학과의 원로 선배 교수가 표절했는데도 이를 모른 척, 방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거의 논문 돌려 막기 수준의 표절이어서 개별 학과 차원을 넘어 서울대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18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학내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박모(54) 교수가 2003년에 발간된 단행본 ‘우리 문학의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에 쓴 ‘비교문학의 이론의 전개-프랑스 학파를 중심으로’ 논문과 불어불문학과 이모(64) 교수가 2007년 쓴 ‘프랑스 비교문학의 전통과 쇄신’이라는 제목의 논문 사이의 표절 의혹을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가 쓴 논문은 그 해 서울대 불어문화권연구소가 발간한 학술지 ‘불어문화권연구’에 게재됐다.

이번 표절 문제는 위원회 조사에 앞서 박 교수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피해 대학원생이 지난달 30일 대자보로 공식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 대학원생은 “이 교수가 쓴 논문을 보면 박 교수의 문장을 출처 없이 그대로 베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보가 두 논문을 확인해본 결과, 이 교수 논문의 총 218개 문장 중 177개 문장이 박 교수 논문과 거의 일치했다. 예컨대 박 교수 논문 161쪽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비교문학은 구조주의적 연구가 유행했던 1960년대 이후로 자신의 문학사적 관점을 어떻게 수정하였는가?”라는 문장이 이 교수 논문 264쪽에도 한 글자도 바뀌지 않은 채 등장하는 식이었다. 문단 전체를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통째로 사용한 부분도 11곳이나 됐다. 통상적으로 논문 표절 기준은 ‘6단어 이상을 표시 없이 인용한 경우’다.

이 교수의 논문은 2003년 서울대 학제간 협력 연구비 지원을 받아 작성됐다. 특히 저명한 원로 학자로서는 보기 드문 수준의 베끼기여서 연구비를 받기 위해 급히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분이 있던 박 교수 논문을 양해 하에 가져다 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두 교수는 10년 터울의 불문과 선후배 사이로 2007년 이후에도 한국연구재단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한국불어불문학회장을 역임하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교육공로장 기사장(슈발리에)을 받은 유명 학자다. 인문대 동료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절 사태를 두고 박 교수가 원로 교수의 표절 행위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교수가 선배인 이 교수에게 논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사실상 논문을 ‘상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와 이 교수는 본보의 수 차례 연락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 교수가 소속된 불문과 교수진은 “대자보가 붙자마자 교수회의를 열어 표절 내용이 심각함을 확인했고, 수업배제나 지도교수 교체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교수는 국문과 교수회의에서 사직권고 결정을 받아 17일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학본부 측은 “진실성위원회에 제소된 이상 심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직서를 수리할 수 없고, 사직해도 추후 해임 또는 파면처분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징계인 해임ㆍ파면 결정이 내려지면 퇴직금 및 연금 수령이 제한된다. 서울대는 아직까지 표절 사유로 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린 적이 없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좌측이 이 교수의 2007년 논문, 우측이 박 교수의 2003년 논문. 빨간 색은 ‘완전 단어 일치’를 의미한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제공
좌측이 이 교수의 2007년 논문, 우측이 박 교수의 2003년 논문. 빨간 색은 ‘완전 단어 일치’를 의미한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제공
좌측이 이 교수의 2007년 논문, 우측이 박 교수의 2003년 논문. 빨간 색은 ‘완전 단어 일치’를 의미한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제공
좌측이 이 교수의 2007년 논문, 우측이 박 교수의 2003년 논문. 빨간 색은 ‘완전 단어 일치’를 의미한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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