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 벽에 살짝 긁혀 알렸더니
차량상태 사전 확인 안 했다고
“다른 파손까지 책임지라” 통보
무인 서비스로 운영되는 탓에
자진 신고 안 하는 얌체 기승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지난해 8월 카셰어링(Car sharing)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중형차를 빌렸다가 실수로 왼쪽 범퍼를 벽에 살짝 긁었다. 김씨는 바로 회사 측에 사고 사실을 알렸고, 한 달 후 보험사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범퍼 교체 비용 26만원에 휴차 비용 3만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김씨는 알지도 못하는 ‘범퍼에 구멍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며 증거 사진을 보였지만 소용없었다. 회사에서는 “이전 고객들이 신고를 안 해서 그랬다”며 “범퍼를 새로 달아야 하니까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결국 22만원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던 김씨는 “괜히 신고했다가 나만 덤터기를 쓰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공유문화에 쉽게 빌려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까지 더해지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차량 파손 등을 신고하지 않는 ‘얌체’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자진 신고를 하는 ‘양심 운전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사실 카셰어링 서비스가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차량이 파손돼도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짙다. 렌터카 서비스와 달리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차량을 점검하고, 차에 흠집이 발견되더라도 업체에서 블랙박스 전체 분량을 다 돌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체에서는 ‘사고 후 즉시 연락하지 않으면 벌금 10만원’같은 페널티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알아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신고하면 손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최근 서비스를 이용한 A(26)씨는 “주차를 하다가 살짝 긁은 적이 있었는데, 신고를 안 했는데도 걸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양심 신고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이 신고를 하지 않으니, 사고 흠집 등이 누구 잘못인지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막상 신고자는 차량 파손 등 이전 사용자 과실까지 떠 앉은 과도한 비용을 내야 할 때가 허다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4~2016년)간 카셰어링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 237건 중 29.5%(70건)가 ‘과도한 수리비 청구’ 내용으로 압도적이었다.
업체 사전공지 부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직장인 이모(29)씨는 “미리 차량 상태를 찍어 보내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충분히 듣지 못했다”며 “제대로 확인하려면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밤이거나 야외주차장일 경우에는 눈으로만 대충 보고 차량에 탑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수는 “카셰어링 차량 특성상 소비자들이 스스로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일차적 차량 관리 책임은 업체에 있는 만큼 이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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