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최우선으로 밀어붙이지만
LREM엔 노동자 출신 거의 없어
진보 진영의 불안 목소리 커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신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 18일(현지시간) 총선 결선투표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얻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열어젖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강하지만, 저조한 득표율과 화이트칼라 출신이 많은 다수파 LREM의 특성 때문에 ‘노동개혁’을 1순위로 밀어붙이려는 마크롱 정권에 반발하려는 조짐도 일고 있다.
18일 프랑스와 미국 등 서구 언론은 앞서 지난 11일 진행된 총선 1차 투표에서 LREM의 전체 득표율이 32%에 불과했음에도 LREM이 하원 의석 75%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50%에 채 못 미친 전체 투표율까지 감안한다면 프랑스 국민의 15% 남짓이 지지하는데 의회의 4분의 3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정권의 힘은 압도적이지만 이는 실제 지지율과 괴리가 있다”면서 “정치상황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한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총선 1차 투표가 프랑스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원인으로는 선거 피로감, 기성양당 지지자들의 투표 포기 등이 지목됐다. 국제공영방송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은 프랑스 국민 가운데 “마크롱을 지지하지 않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그에게 기회를 준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급진 좌우파 장뤽 멜랑숑과 마린 르펜을 지지했던 청년과 노동자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한 점도 마크롱이 ‘백지 위임장’을 받지는 못했다는 증거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내세운 만큼 프랑스 내 진보 성향 언론의 경계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여당이 아무리 큰 승리를 거둔다 하더라도 다른 정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소수정당에 목소리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더 급진적인 일간 뤼마니테는 17일자 사설에서 “한 정치인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것은 진보주의 유산과 거리가 멀다”며 아예 ‘반다수파 전략투표’를 주장했다.
LREM 소속 의원 대부분이 중상류층 출신 정치신인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의 뤽 루방 연구원은 NYT에 “LREM은 대부분 학위 있는 중상류층을 대변한다. 프랑스 인구의 40%가 넘는 블루칼라 노동자 출신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정치신인인 여당 의원들이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의회가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할 경우 논쟁은 거리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조 가운데서 강경파인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은 이미 반대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사회학자 알베르 오지앙은 RFI에 “유효한 야당이 없을 경우 집회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며 과거 니콜라 사르코지 보수정권이나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권 모두 의회보다는 거리의 반대로 개혁이 좌초했고 민심 이반을 겪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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