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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3D 측정기술로 전세계 PCB 검사시장 석권

입력
2017.06.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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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고영테크놀러지 고광일 대표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가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3D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뇌수술 로봇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고영이 개발힌 이 수술 로봇은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배우한 기자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가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3D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뇌수술 로봇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고영이 개발힌 이 수술 로봇은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배우한 기자

컴퓨터,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는 인쇄회로기판(PCB)이 꼭 들어간다. PCB 위에 반도체, IC 칩 등 전자 부품이 정교하게 장착되는 데, 이때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 납땜이다. 하지만 납땜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그 상태가 균일하지 않으면 전자기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전자기기 업체에게 납땜이 정확히 됐는지 검사하는 ‘납도포검사기’(SPI)와 부품이 제대로 장착됐는지 확인하는 ‘부품실장검사기’(AOI)가 필수 장비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는 PCB 검사 시장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영은 이전에는 없었던 시장을 만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다.

고영이 2004년 시장에 진입하기 전 납땜 검사는 단순한 ‘사진 찍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납땜 부위 사진을 찍어 완제품과 비교하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검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 촬영 검사는 한계가 명확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할 미세한 납땜 부위 불량을 사진 촬영으로 찾아낸다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납땜 검사를 마친 PCB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 수 없어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

그러나 고영이 2003년 초정밀 3차원(3D) 영상 측정 기술을 적용한 SPI를 도입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PCB 불량을 잡아내는 것은 물론, 불량 부위도 정확히 짚어내 최소한의 공정으로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고영 본사에서 만난 고광일(60) 대표는 “우리가 만든 3D 측정 기술이 알려진 이후 주요 검사장비 업체가 모두 3D 기술을 도입할 정도로 시장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SPI 시장에서 고영은 11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시장점유율도 5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에서 고영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고객사 명단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고영은 현재 캐논, 보쉬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 1,900여개사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매출도 2010년 730억원에서 지난해 1,718억원으로 매년 평균 15%씩 늘어나고 있다.

고영이 세계 최초로 3D SPI를 출시한 배경에는 산업 현장의 밑바닥 소리를 반영하려는 고 대표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한국전자통신 연구원과 LG산전 연구실장 등을 지낸 고 대표는 세계 일류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젊은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2002년 고영을 설립했다. 이후 고 대표는 6개월간 국내외 주요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을 방문해 그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조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 대표는 “우리가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제품이 뭔지 철저히 고민했던 시간”이라며 “1년 넘게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불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었던 경험이 현재 고영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검사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고 대표가 추구했던 세계 1등의 꿈은 또 다른 영역에서 씨앗을 뿌리고 있다. 3D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뇌수술용 의료로봇’ 장비 개발이 그것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최근 산업계 최대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현실화한 생산현장이다. 고영은 3D 측정기술로 스마트폰 메탈케이스, 자동차 브레이크 등 다양한 산업 현장의 제조공정을 정밀 검사해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다시 생산공정 개선 자료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고 대표는 “단순히 제품 불량을 검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제조 공정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현재 글로벌 일부 기업과 계약을 맺고 스마트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의 도전은 의료기 산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고영은 3D 측정기술을 기반으로 한 뇌수술 로봇도 개발해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뇌 속 변병 부위를 3D 측정 기술로 정확히 짚어내 수술 의사를 보조하는 이 시스템은 지난해 말 식약처의 제조허가 획득하고 국내ㆍ외 유명 병원에서 임상 시험 중이다.

고 대표는 “세계 최초의 제품이 아니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회사를 경영해 왔다”며 “검사장비 시장을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서도 1위 자리에 설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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