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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협치의 기술

입력
2017.06.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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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協治)’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영어 ‘거버넌스(Governance)’를 번역한 말이다. 그런데 ‘거버넌스’는 요즘 정치인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협치’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거버넌스’를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 방식”이며 “행정이 시장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기업화,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겨난 용어”라고 풀이한다. 이 설명에 따른다면 시민단체 경험자를 여럿 장ㆍ차관에 임명하고, 지자체장들 앞에서 개헌을 통한 제2국무회의 구상까지 밝힌 문재인 정부를 협치에 둔감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이게 협치냐”고 하지만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게 협치는 아니다. 정부가 시민단체 등과 소통ㆍ협력해 행정을 펴나갈 때도 마찬가지지만 자신만의 이익을 요구한다거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고집 부리는 것까지 들어주어야 협치일 리 없다. 새 정부가 지명한 장관 등 후보자들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통과시켜주지 않겠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장관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런저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평가나 여론조사 결과 적절하다는 판단이 다수였다. 더구나 둘 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계나 외교계 등에서 지지 성명이 잇따른 것은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17년을 돌아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리 야당 의견을 존중하고 싶어도 여론의 평가가 이렇게 나오는데 후보자를 사퇴시킬 대통령이 몇이나 될까.

▦ 새 정부 출범 때부터 장관까지 포함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두 번이다. 첫 조각 때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한 장관 등이 두 정부 똑같이 6명이다. 야당은 우선 이 정도를 각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협치가 아니라고 정부 탓만 할 게 아니라 여론을 살피며 엇나가고 있지 않은지 자신을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굳이 인사청문회에서 새 정부의 협치 의지를 시험대에 올릴 요량이라면 섣부른 “장외투쟁” 운운보다 좀 더 문제 있는 후보자를 겨냥해 설득력 있는 비판을 하는 요령을 발휘하는 게 나을 성싶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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