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은 파리협정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환기하는 데 역설적으로 기여했다. 국제사회와 미국을 포함한 세계적 지성들이 트럼프의 몽매(비과학주의)와 편협(미국우선주의)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것을 보며,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대다수 국가와 중국까지 파리협정 준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을 보며, 화석연료와 온실가스,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저 결정을 밝히며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인 2015년 6월 19일, 로마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첫 생태 회칙 ‘찬미 받으소서: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해(laudato Si: Care of Our Common Home)’를 발표했다. 종교를 넘어 지구와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이므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원칙과,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실천할 바를 밝힌 거였다. 총 6장 246항의 회칙은 ‘지구를 포함한 모든 것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공공재로서의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국가와 민족 종교에 따라 역할과 책임이 다를 수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회칙 1~3장은 기후변화와 식수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삶의 질과 사회의 붕괴, 불평등 등 지구의 생태ㆍ사회적 위기 상황을 밝혔다. 2013년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자본의 탐욕을 비판했던 교황은 저 회칙에서도 고용ㆍ노동 문제를 두고 “단기 이익을 얻고자 인적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행위”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회칙을 준비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칙을 발표하던 무렵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생산과 소비 속도의 감축이 때로는 다른 형태의 진보와 발전을 불러오기도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정직과 용기, 책임감을 발휘하자”고 촉구했다.
더 앞서 2014년 2월 호주와 북미의 여러 환경단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화석연료 감축’에 교황청의 힘을 보태달라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보낸 바 있었다. 당시 그들은 2년여 뒤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파리협정을 부정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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