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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하림, 재계 30위로 큰 닭고기 전문회사, M&A도 증여도 ‘마술처럼’

입력
2017.06.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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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 사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 사진

"양계 회사가 왜 해운사를?"

2015년 6월 국내 중견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이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하자 양계업과 해운업 사이의 연결고리를 떠올리지 못한 사람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당시 자산이 4조원대에 불과했던 하림이 총자산 4조 4,000억원의 팬오션을 인수한다고 하자 너무 무리한 인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팬오션 인수가격은 1조 79억원이었는데 하림은 이중 절반 이상인 5,580억원을 외부 조달금으로 충당했다. 시장에서 무리한 인수로 그룹 해체의 길을 걸었던 웅진, STX 사례를 거론하며 하림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수 2년이 지난 지금, 팬오션 인수로 인한 승자의 저주는 없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로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도약했을 뿐 아니라, 양계 사업에 갇혀있던 그룹 사업 범위를 해운으로도 넓혀 한국판 카길(글로벌 곡물 유통기업)로 가는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림은 조만간 진행될 그룹 지주사격인 제일홀딩스 기업 공개로 팬오션 인수 때 빌린 자금도 모두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며 "팬오션을 인수한 뒤 해운 업황이 회복되는 등 운이 따랐던 것도 하림 판 승자의 저주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양계 전문가가 M&A 고수로

하림은 국내 양계산업의 산증인 김홍국 회장이 1986년 설립한 양계ㆍ축산 및 식품가공 전문업체다. 스무살 때 닭과 돼지를 키우다 가격 폭락으로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던 김 회장은 당시 소시지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식품가공 산업의 중요성 깨닫고 하림을 세웠다.

김 회장은 하림 설립 후 개별 농장주들과 계약을 맺고 사육부터 도축, 가공, 유통까지 일괄 운영하는 이른바 3장(농장ㆍ공장ㆍ시장) 통합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닭과 돼짓값이 폭락하면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했던 농장주들은 하림과 사전 계약 맺기를 꺼리지 않았다. 하림도 닭과 돼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이를 가공ㆍ유통해서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사세를 불려 국내 대표 양계ㆍ축산 업체로 발전해 갔다.

성공한 육가공 업체 하림이 재계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김 회장이 왕성한 인수ㆍ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넓힌 2000년대부터다. 하림은 2001년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 가축사료 전문기업 천하제일사료, 가축약품 회사 한국썸벧, 홈쇼핑 업체 NS홈쇼핑 등을 계열사로 편입해 하림그룹을 출범시킨다.

이후 주원산오리와 사료 기업 선진ㆍ팜스코 등을 잇달아 인수한 하림그룹은 2015년 해운업체 팬오션까지 품에 안으며 명실상부한 대기업 위상을 갖췄다.

재계 관계자는 “양계장으로 시작한 하림이 자산 10조원에 계열사 50여 개를 거느린 재계 30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홍국 회장의 지속적인 M&A 전략 때문”이라며 “팬오션을 포함한 주요 M&A 9건을 모두 성공시킨 김홍국 회장이 최근 양계사업 전문가보다는 M&A 전문가라는 소리를 더 듣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25세 장남 편법증여 논란

지주사 제일홀딩스 상장을 눈앞에 둔 하림은 최근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하림 편법 증여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향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김홍국 회장이 장남 김준영(25)씨에게 그룹 지배권을 편법으로 넘겨줬냐는 여부다. 김 회장은 2012년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 지분 100%를 준영씨에게 물려줬다. 규모가 작은 계열사인 올품 지분을 물려받은 대가로 준영씨는 약 100억원대의 증여세를 부과받았다.

하지만 올품이 단순한 비상장 계열사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올품은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하며 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 지분을 7.46% 보유하고 있다. 올품이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계열사 한국인베스트먼트(舊 한국썸벧)가 제일홀딩스 지분 37.14%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품은 김홍국 회장(41.78%)보다 제일홀딩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결국 김 회장의 장남 준영씨는 100억원대 증여세를 내고 올품을 넘겨받아 자산 규모 10조원의 그룹 지배권을 통째로 확보한 셈이다.

증여세 자금 마련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올품은 지난해 30% 규모의 감자를 단행하고 그 대가로 최대주주인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했다. 최대주주인 준영씨가 셀프 감자를 통해 손쉽게 증여세 문제를 해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올품 지분이 장남에게 증여된 뒤 올품 사세가 급격히 불어났다는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실제 지분 증여 전인 2011년 706억원이던 올품 매출은 지난해 4,039억원으로 5배 가량 증가했다.

하림 관계자는 “올품 지분 증여 당시 하림 그룹 자산규모는 3조원대에 불과해 지금 기준으로 증여세 적절성 여부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당시 부과된 100억원대 증여세도 적법한 지분 평가를 통해 국세청에 신고한 금액으로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1석 3조 효과 제일홀딩스

상장 업계는 김홍국 회장이 제일홀딩스 상장으로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외부에서 빌려온 팬오션 인수 자금을 모두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홀딩스는 이번 상장 때 전체 주식의 28.8%인 2,038만 1,000주의 신주를 공모하는데, 확정된 공모가격(2만 700원)을 감안하면 약 4,2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차입금 3,300억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제일홀딩스 상장은 복잡다단한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정리 작업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하림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 하림홀딩스 위에 비상장 지주사 제일홀딩스를 두는 옥상옥 지주사 체제를 가지고 있다. 중간 지주사 위에 김홍국 회장 부자가 장악한 비상장 지주사를 둬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제일홀딩스 상장 뒤에는 굳이 이런 옥상옥 지주사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두 회사가 합병 수순을 밟아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 지분 68% 보유한 대주주라, 두 회사의 합병은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특히 이 경우 제일홀딩스 최대주주격인 장남 준영씨의 그룹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제일홀딩스 상장은 자금 확보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오너일가 그룹지배력 강화로도 연결된다”며 “시장에서 제일홀딩스 상장을 팬오션 인수에 이은 김홍국 회장의 또 다른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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