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어느덧 데뷔 19년 차 연예인. 김영철은 '개그콘서트'에서 출발해 각종 성대모사, 유행어를 남기면서 롱런했다. 주목을 받지 못 한 적은 있어도 방송을 쉰 적이 없다는 그는 어느덧 성실함의 대명사가 됐다. 언제였나 그가 '비호감'으로 꼽히던 시절도 있었지만, 김영철을 오래 지켜본 대중의 시각은 분명 변했다.
김영철은 프로다. 방송에서도 인터뷰에서도 한결같은 말발을 발휘하는 프로. 웃음을 책임지는 예능인의 숙명을 근 20년 지고 왔다. 김영철이 가지고 있는 예능의 철학, 그가 예능을 대하는 자세는 어떨까. 아, 김영철이 전하는 다른 사람의 말은 실제 인터뷰에서 모두 생생한 성대모사로 진행됐음을 알려둔다.
"예능인으로서 자세라. 항상 조심하고, 생각하는 건데, 상대방이 유쾌해야 농담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전 늘 그걸 지키려 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상대방을 굉장히 기분 나쁘게 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왜냐면 내가 이미 그 전에 당하고 있으니까.(웃음)
아,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영자 하춘화 김희애 선배님 흉내 낸 게 생각나서 약간 찔리네. 본인들이 싫어했던 개인기라….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계세요. 이번에 '택시' 나갔을 때도 제가 영자 누나 성대모사를 하니까 영자 누나가 '법적으로 한 명 때릴 수 있다면 그건 김영철' 이러더라고. 그런 식으로 관계 속에서 풀어진 거죠. 사실 세 분 다 저한테 주홍글씨 같은 분이세요. 시간이 지나면서 화해와 용서의 모드로 들어갔어요. 김희애 선배님도 '슬슬 보니까 귀엽더라고요' 이러셨어.
이 자리를 빌려 꼭 말하고 싶은데, 저한테 어떤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희화화하려고 하는 의도는 없어요. 다만 제 순수한 첫 번째 의도는 웃음이죠."
-이영자 하춘화 김희애…다른 사람이 쉽게 건드리지 못 하는 성대모사를 했다
"정선희 누나 왈 '영철이가 선배들한테 잘 까분다, 그런데 자격지심 없이 다 가진 선배들한테만 까분다' 더라고요. 전 진짜 그래요. 까불어도 호동이 형, 경규 형 앞에서 까불지. 형들은 그런 걸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 콤플렉스 있는 사람들 앞에서 그러지 않아요."
-사람 가려서 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일종의 동물적인 감각이랄까? 이경규, 강호동 형한테 까부는 것도 그렇고, 다 웃자고 했던 거죠.
김희애 씨는 제가 웃기려고 포인트를 잡기에 그 메이크업이 좋았던 거예요. 난 다른 사람이 했던 성대모사는 안 하거든. 저만의 것이 있어요. 1999년에 윤복희 흉내 내는 사람은 있었지만 하춘화 흉내 내는 사람은 없었어요. 김희애도 성대모사 하는 사람이 없었잖아. 그 특이함, 독특함으로 시작을 했는데, 누나들도 유쾌하게 받아 줬어요.
음. 전 개그할 때 좀 착해서 손해 볼 때도 있어요. 호동이 형이 나를 잘 알아요. 전에 녹화 때 '러블리즈에서 누구랑 짝궁하고 싶냐'고 질문이 왔는데 호동이 형은 '영철이는 착해가지고 그런 거 선택 못 한다. 그냥 영철이 누구랑 짝궁해' 이랬어. 그 형이 저를 잘 알아서 그런 거죠. 남한테 폐 안 끼치려고 하는 성향이 좀 있지.
그런 면에서 일종의 과도기랄까. 다 웃어주는 거란 걸 알고 예능의 재미라는 걸 알겠지만….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차피 절 싫어한다는 걸 저도 빨리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확률적으로 보면 10명 중에 6, 7은 좋아해주지 않을까? 그럼에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을 신경 쓰고 있긴 하지만. 가끔은 녹화할 때 저한테 공격이 들어오면 (이)수근이처럼, (김)희철이처럼 '왜~' 해볼까 생각도 하긴 해요.
아무튼 그건 진심입니다. 상대방이 유쾌해야 유머라는 거."
-음. 본인이 그런 걸 싫어하니 역으로 본인도 안 그러는 걸까
"그렇죠. 그리고 난 수비방어형인 것 같아. 지나가는 사람한테 먼저 '살쪘지?' 하진 않거든요. 다만 누군가 지나가면서 바늘로 찌르면, 저도 그 피맛을 보여주자 하는 생각하는 건 있죠. 먼저 서브 넣었잖아, 받은 건데? 기본적으로 제 성향이 먼저 공격하진 않고요."
-어디서 상처 받은 적이 있나
"상처라기 보다… 댓글을 봤더니, 나한테 하는 말이 '비호감' '핵노잼' '극혐' 이렇게 세 가지더라. 처음엔 충격이었죠. 하지만 어느날 알았어요. 저는 노잼이 아니라 개그맨으로 살고 있는 거고, 도드라지고 튀는 애들이 비호감에서 호감이 되는 세상이 왔고, 그리고 진짜 극혐인 사람들은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는 걸. 그래도 댓글에서 저한테 '죽으라'는 얘기는 없더라고요? 그래, 그 정도면 됐다, 그 세 가지 가지고 돌려 막으면 됐다고 생각을 했죠.
어차피 사실 제 자신이 바뀌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제작진은 저의 오버하고 찡찡대는 모습을 좋아하고요. 가령 '최고의 사랑'에서 은이 누나한테 일부러 '고기 태우자' 하고, 은이 누나한테 발길질 받은 모습들요.
날 싫어하는 사람도 끌고는 가고 싶어요. 다만 그들이 나를 싫어하는 게 안 바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래서 연예인 멘탈은 세야 하는데…. 댓글 보면 흔들릴 때도 있어요. 오버하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설프게 '오버 안 해야지'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오버하는 게 김영철 아닐까? 지금도 '최고의 사랑'보고 설정이라고들 말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냥 그 자체가 김영철이에요. 원래 전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억지스러운 것도 저죠."
-김영철의 열심히 사는 면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이 늘었다
"맞아요. 아침에 쭉 라디오를 해왔기에 성실한 건 인정을 받은 거 같아요. 비교적 거짓말 하지 않고 성실한 아이라는 건 알아주시는 것 같고."
-보여주고 싶은 또 다른 매력이 있나
"나의 인문학적인 통찰력, 깊이 있는 매력요. 그동안 보여줄 데도, 기회도 없었죠. 가만히 앉아서 '나 혼자 산다'에 나올 순 없지, 오디오를 채워야 하는 내 역할이 있으니까. 언젠가 책 관련 프로그램 출연하면 '꾸준히 책을 읽고 왔었구나'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 피겨도 타는데…"
-피겨를 탄다고?
"타요. 2018년 평창 올림픽 예능이 생길 것 같아서 배웠거든요.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아무튼 그걸 두고 이경규 형이 '피겨 타지 마. 뭐하러 해. 병만이 이런 애들이 '정글' 하고 있잖아' 하면서 '몸으로 부딪히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게 어떠냐' 하는 거죠. 전 '아, 둘 다 하면 되잖아!' 이랬어요. 문, 무가 어우러지면 좋잖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고, 그 두 번째 '치즈는 어디에?'라는 책을 제가 번역했어요. 그 번역 책의 메시지가 '변화하고 움직이고 실천하라'인데, 제 요새 모토이기도 해요.
'영자 신문 왜 갖고 다녀? 허세지?' 하면 '응, 허세야' 답하지만 실제로 영자신문을 본다? 신문을 늘 봐요 전. 라디오는 어휘력이 들통이 나거든. 단어를 계속 공부하다 보면 아무래도 어휘력이 늘게 돼요. 단어를 골고루 쓰고 싶어요.
진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어요. 어느날 갑자기 '진지할게요'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뭐, 인문학 프로그램이 방송 대세가 될 것 같아서 준비해온 것이기도 한데.
아 물론 여기까진 말그대로 추가적인 매력, 부수적인 겁니다. 기본적으로 난 까불고 싶어요. 난 뭐 정치에 관심이 없고, 갑자기 경제운동가가 될 일도 없을 것 같고. 쭉 개그맨 김영철로서 방송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까부는 김영철의 정체성을 절대 잊지 않을 거고요. 소망하는 게 있다면? 환갑 때도, 칠순 때도 내가 지금처럼 까불었으면!"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연예관련기사]
'무도' 이효리 "핑클, 진짜 친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뉴스룸' 봉준호가 손석희에게 던진 질문...역시 '디테일 봉'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