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일 TVㆍ스마트폰ㆍ게임 안 하기
약속 이행은 보호자 편지로 확인
상금 사비 충당… 부모들은 “환영”
6월 중순 이후 미국 초ㆍ중ㆍ고등학교 방학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워싱턴 한 사립학교 교장이 내놓은 방학 중 ‘디지털 단절’ 약속이 화제다. 워싱턴포스트와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어린 자녀들이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의 가톨릭계 사립학교인 ‘워싱턴 라틴 차터스쿨’의 다이애나 스미스 교장은 “방학 중 7, 8학년(중1ㆍ중2) 학생들이 매주 화요일마다 ‘디지털 단절’을 이행하면 100달러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단절’이란 TV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전화, 게임기 등 일체의 디지털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걸 의미한다. 개학 후 100달러를 받으려면 해당 학생의 부모 혹은 보호자 등 만 21세 이상 성인 두 명이 약속을 지켰다는 내용의 편지를 스미스 교장에게 보내면 된다.
스미스 교장은 “행동 변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미끼를 내거는 걸 원래 반대했지만, 이번만은 원칙을 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밤늦도록 문자를 주고받아 수면부족에 빠지는 등 과도한 디지털 소비가 애들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금은 전액 사비로 충당할 계획인데, 현재 600달러를 모았지만 총 160여명 7, 8학년 학생 중 약 50명가량이 약속을 지킬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 교장의 약속을 놓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이 학교에 다니는 마일즈 틸러(8학년)의 어머니 크리스틴 오라일리는 “너무 반가운 결정이다. 우리 집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정한 것보다 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스마트폰은 몰라도, 컴퓨터와 비디오게임도 못하게 하는 건 심하다고 불평했다.
미국 언론과 다른 학교도 스미스 교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디지털기기에 빠져 지내는 바람에 3개월 가까운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면 미국 학생들의 읽기, 쓰기, 수학실력이 크게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인 빌리 쿠첸은 언론기고를 통해 “여름 방학을 잘 보내려면 전략적으로 미리 계획을 잘 짜야 하는데, 그 계획에는 자녀들이 디지털기기를 멀리하도록 야외활동을 자주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조언했다.
스미스 교장의 방침에 동참한 학교도 생겼다. 캔자스 주 소도시 헤이스의 ‘헤이스 중학교’는 2017~2018 학년도가 시작하는 올 9월부터 800여명 재학생의 수업 중 교내 스마트폰 휴대를 금지키로 했다. 학교에 가져올 수는 있지만 수업 중에는 복도에 설치된 사물함에 보관해야 한다. 미국 중학교 대부분에서는 수업시간 휴대폰 지참을 허용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