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ㆍ非외시 출신 외교장관 탄생 초읽기
임명 과정서 위안부 문제 해법에 관심 집중
위안부 배지 달고 나와 인권 전문가로서의 소신 강조
반면 ‘재협상’ 직접 언급은 피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과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일정을 언급하며 "외교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우리는 곧 헌정 사상 첫 여성인 동시에 비(非)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장관을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 후보자가 외교장관 후보에 지명된 뒤 취재진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위안부 문제였습니다. 위안부 재협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것은 물론 강 후보자가 유엔에서 10여년 간 주로 인권 문제를 다뤄온 국제적 인권 전문가인 탓에 그의 위안부 관련 발언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여기에는 여성 외교부 장관에 거는 기대감도 내제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 기대감에 부응이라도 하듯 강경화 후보자는 7일 열린 국회 인사 청문회에 위안부 배지를 착용한 채 참석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나눔의집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들이 달아준 배지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날 청문회에서 강 후보자는 12ㆍ28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인권 유린에서 가장 핵심적인 피해자 중심의 법적 책임과 배상인데 이 부분에 있어 합의가 불충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불가역적이고 최종적 합의"라는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군사적인 합의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기존 합의에 상당한 회의감을 드러냈습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인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강 후보자의 소신이 위안부 배지와 함께 빛났습니다.
반면 강 후보자 재킷에 걸린 배지에 대한 위태로운 시선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한일 외교장관 간 이뤄진 합의를 무르고 재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에서 강 후보자가 소신만을 앞세운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서입니다.
당장 문재인정부가 위안부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일본은 "NO"라고 답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미 10억엔을 냈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올 초 발언만 봐도 일본이 한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짚고 넘어 가야 할 대목은 강 후보자 역시 기존 합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나설 것이냐는 의원들의 끈질긴 물음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해간 점입니다.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어떤 형태가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기존) 합의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위안부 합의가 불충분하다면서도 그 합의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는 다소 모순적인 강 후보자의 발언은 결국 위안부 재협상이 실현키 어려운 과제라고 고백한 것으로도 읽힙니다. 무엇보다 유엔에서 국가 간 크고 작은 갈등을 조정해온 강 후보자가 정부 간 합의가 갖는 의미를 모를 리 없습니다.
당장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에 상응하는 성과를 끌어내는 데는 지난한 과정이 뒤따를 것입니다. 위안부 배지로 보여준 그의 소신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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