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의 알바니아에서도 일자리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올해 1분기 알바니아의 전체 실업률은 14.2%로 우리나라(지난달 기준 3.6%)의 다섯 배에 근접할 정도로 높다. 청년 실업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알바니아의 15~29세 실업률은 26.6%(우리나라 9.3%)에 육박하고 있다. 알바니아는 전 세계에서 이민 열망이 가장 큰 나라 2위에 꼽히기도 했는데, 이유가 실업 문제 때문일 정도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25일 총선을 앞둔 알바니아 대중의 관심은 온통 일자리 창출에 쏠려 있다. 각 정당도 일자리 만들기, 경제 성장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에디 라마(53) 현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의 선두가 예상된다. 이탈리아 여론조사기관 IPR마케팅이 알바니아 오라뉴스와 지난달 29~30일 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총선에서 43%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보수 성향의 제1 야당 민주당이 36%, 사회당의 연정 파트너인 ‘통합을 위한 사회주의 운동’(LSI)이 12%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여기서 사회당은 45%, 민주당은 37%, LSI는 13%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4년 전 정권 교체에 성공한 라마 정부는 임기 동안의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3%는 라마 정부를 긍정적으로 봤다.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33.3%였다. 실제 라마가 집권한 기간 경제 지표는 조금씩 나아졌다. 발칸 전문 매체인 발칸인사이트는 “지난해 취업자로 등록한 인원이 2013년보다 9만1,500명 늘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알바니아에서 운영중인 기업은 총 16만679개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때문에 사회당은 성과를 강조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 중이다. 라마 총리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3.5% 성장했고, 외국의 직접 투자는 10.5% 늘었다”며 “사회당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당은 이번 선거 공약으로 ▦국가 예산 28억유로(약 3조5,300억원)를 포함한 막대한 투자 ▦평균 경제 성장률 4.5% 달성 ▦재정 적자 GDP의 60% 이하로 감소 ▦최저 임금 월 2만4,000레크(LEK)에서 3만LEK(약 30만원)로 인상 ▦실업률 10% 이하ㆍ22만개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국민의 염원 중 하나인 유럽연합(EU) 가입도 서둘러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알바니아인들은 EU가입을 통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등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마 총리는 “어서 빨리 EU가입국이 돼야 한다”며 “선거 직후 협상을 시작하자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당과 비교해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사회당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1정당은 될 수 있겠지만 과반(70석) 확보에 실패해 연립정부를 꾸려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바니아 매체인 티라나타임스는 “상당수가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을 못한 상태”라며 “사회당이 단독 정부를 꾸릴 정도로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인 알틴 호티 알바니아지중해대 교수도 “총리 취임 이후 고용이 증가했지만 지난 선거에서 약속한 3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에서 한참 못 미친다”며 사회당의 승리를 경계했다.
한편 알바니아는 선거일을 확정 짓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측이 지난 2월부터 공무원 선거 동원 우려 등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의회 및 선거 참여 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3개월간의 정국 혼란 끝에 양측은 지난달 EU 등 서방의 중재로 겨우 협상을 타결했다. 라마 총리가 총선을 관리할 내무장관 등 일부 장관들을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로 채우고, 공무원들의 정치 활동을 감시할 수 있게 하자는 야당 측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총선도 25일(당초 18일)에 치르기로 최종 합의를 봤다.
하지만 벌써 잡음이 나온다. LSI는 사회당이 자기들과 상의 없이 내린 결론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공무원, 교사, 경찰 등의 정치 활동을 감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22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한 여성은 발칸인사이트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과거 정권 때와는 달리 우리는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 누구도 집권당을 찍으라거나 선거 유세에 참석하라고 압박하지 않는다”라며 야당의 주장에 의문을 드러냈다. 알바니아 매체 자바뉴스의 편집자 스캔더 민소지도 “이 같은 합의가 단순히 선거를 진행시키기 위해 성급히 내려진 것 같아 걱정”이라며 “감시 활동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권리를 불필요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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