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검찰 개혁’을 밀어붙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이달 11일 지명된 안경환(69) 서울대 명예교수가 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비(非)검찰 교수 출신으로서, ‘인권 강화’ 마인드를 지닌 국가인권위원장 출신으로서 난제인 법무ㆍ검찰 조직 수술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국 20대 때의 몰래 혼인신고 등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개인사들로 초라하게 퇴장하게 됐다.
불과 닷새 전, 안 교수 내정 발표는 ‘무소불위 권력기관’인 검찰을 집권 초기에 뜯어고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로 읽혔다. 지난달 청와대에 먼저 입성한 제자이자 동료교수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학자 출신 ‘투 톱’이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 등 작업에 나서게 돼 주목 받았다. ‘돈 봉투 만찬’ 사건 등으로 풀이 죽은 검찰의 반발도 없던 터라 법무ㆍ검찰 개혁은 두 사람 손에 달린 시간 문제로 인식되는 기류였다. 무엇보다 안 교수가 2006~2009년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내 검찰 수사의 편ㆍ불법 관행과 무리한 기소 남용이 줄어들고 ‘인권 강화’ 쪽으로 검찰 문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안 교수는 청문회까지도 못 가고 스스로 무너졌다. ‘추문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방대한 의혹과 논란들이 쏟아진 탓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식의 표현들이 담긴 저서와 글 등이 그에게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2003년 낸 수필 ‘맥주와 사색’에서 ‘(여성의 다리는) 꼬치용 돈육을 연상시킨다’거나 ‘작지만 당당한 가슴을 보고 숨이 막힐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썼다. 안 교수는 법무부를 통해 “전체 맥락을 좀 봐달라”는 취지로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아들이 학칙을 어겨 퇴학 처분을 받자 탄원서를 내며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과 박사 학위 의혹도 제기됐다.
그를 궁지로 내몬 결정적 사건은 낙마 전날 한 언론에 보도된 ‘몰래 혼인신고’ 사건이다. 안 교수가 20대 중반 벌인 일인데, 피해 여성이 형사적 책임을 묻진 않았다지만 명백한 ‘범죄’라는 세간의 질타에 시달렸다. 안 교수는 해당 보도 당일 늦은 밤 기자회견을 자청해 16일 오전 11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악화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결국 이날 밤 사퇴 의사를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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