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남성 WP와 인터뷰에서 연행과정 증언
식물인간 상태로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연행될 당시 웃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다. 연행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웜비어가 북한을 여행할 당시 동행하고 호텔방을 함께썼던 영국인 대니 그래튼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웜비어는 매우 예의바른 청년이었다”며 “그가 그런 일(북한이 말하는 적대행위)을 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튼은 웜비어의 연행 장면을 목격한 유일한 서양인으로 언론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다.
잉글랜드 중북부 스태포드셔에 사는 40대 중반 세일즈 매니저인 그래튼은 호기심에 3박 4일짜리 북한 여행을 결심했고, 2015년 12월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웜비어를 처음으로 만났다. 둘은 곧 친해졌고, 평양에 도착하자 여행사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들을 한 방에 배정했다. 여행 내내 함께 다녔다는 그래튼은 “오토(웜비어)에 대해서 아주 잘 안다”며 “그는 나이에 비해 매우 어른스러운 청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나흘 동안 오토와 함께 있었지만 그가 호텔에서 북한체제 선전물을 훼손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zero base)고 단언했다. 여행 내내 선전물에 대해 웜비어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일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것은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날인 2016년 1월 2일 아침이었다. 호텔에 모닝콜을 요청했지만 이상하게도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고 두 사람은 공항에 가장 늦게 도착했다는 것이다. 여권을 심사관에게 제출하자 북한 보안담당자 2명이 웜비어를 사무실로 데리고 갔는데 당시에는 이를 통상적인 절차, 혹은 웜비어가 미국인이라 골탕을 먹이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그래튼은 설명했다. 그래튼은 농담조로 “자 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겠네”라고 웜비어에게 말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말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튼은 “당시 웜비어가 저항하지도 않았고, 겁에 질리지도 않았다”며 “살짝 미소까지 짓는 얼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래튼은 이후에도 1년 반 동안 웜비어의 부모와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았다며 그 동안 미국 정부나 여행사 어느쪽도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아 놀랐다고 밝혔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