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저서에서 사용한 표현을 둘러싼 여성비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책의 주제나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일부 문구만 발췌한 ‘악마의 편집’이란 반론도 있으나 문제가 된 ‘남자란 무엇인가’를 완독한 결과, 안 후보자 성 인식에 ‘한계’는 분명해 보였다. 또 다른 그의 수필집에서도 여성 비하적인 표현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법무장관 자질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책은 첫 머리부터 ‘남자의 본성’을 길게 설명한다. 전체 246쪽 분량의 4분의 1이 넘는다. ‘본성론’은 ‘남자의 섹스 본능’으로 이어진다. 남성에게 섹스는 통제하기 힘든 본능이라는 얘기다. 책은 이런 전제를 깔고 남자의 ‘성매매 문제’를 다룬다. 안 후보자는 매춘에 대해 “성적 본능을 제어하기 힘든 사내가 있는 한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94쪽)는 문장은 이 대목에서 등장한다.
안 후보자 측은 “남성의 욕구, 공격성, 권력 지향성과 그에 따른 남성 지배 체제를 상세히 묘사하고 비판하기 위한 맥락”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책은 성매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담고 있기는 하나 문제가 된 단락에서 비판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 후보자의 ‘본능론’과 연결 지어 “성매매를 합리화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이란 지적이 가능한 까닭이다.
특히 “술자리에는 여자가 있어야 한다”(204쪽)는 대목에서도 비판적 시각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전체적인 집필 의도가 남성비판이라 해도, 남성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는 또렷해 보였다.
안 후보자 한계는 2003년에 낸 수필 ‘맥주와 사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거침없이 여성의 몸을 음식에 비유하고, 품평한다. 그는 한 여성의 다리를 보고 “황동색으로 구운 허벅지는 영락없이 칼질을 기다리는 꼬치용 돈육을 연상시킨다”고 하거나, 유럽에서 뜻밖에 만난 한 동양 여성에 대해 “작지만 당당한 가슴”을 보고 “숨이 막힐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알고 보니 해당 여성은 자신이 대학에서 가르친 제자였다고도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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