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용인∙수원 광교 등서
입주민 민원 수만건 쏟아져
입주 늦추려 해도 주민만 피해
14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B아파트단지(1,316세대) 내 상가동 앞. 이제 막 입주가 시작된 새 아파트이지만, 계단과 보도블록 여기저기가 깨져 입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단지 내 주차장 한곳에선 붉은색으로 ‘공사 중’이라고 새겨진 현수막이 차량 진입을 막고 있었다. 벌써 누수 등이 생겨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화단 곳곳에는 조경수와 잔디가 식재되지 않아 흙먼지가 날리기도 했다.
상가에서 만난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집값 떨어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일부 입주민들이 하자 발생을 외부에 알려 분양가보다 600만원 낮은 급매물도 있다”고 말했다.
B아파트는 애초 지난 2월28일 입주민을 맞을 예정이었으나 부실시공 논란으로 1주일 뒤인 3월 6일에서야 화성시가 사용승인을 내준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미장, 조경, 방범용 폐쇄회로(CC)TV 미 설치 등 입주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아파트를 미리 점검하는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이 시공사 측에 보완을 요구한 건수만 130건, 주민이 제기한 하자는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무려 6만8,709건에 이른다. 난방코일을 시공하면서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수하지 않고 마루를 깔아 눈가림하고, 화장실에서 물이 새고 가구 아귀가 맞지 않는 세대도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규모의 단지에서 평균적으로 접수되는 건수는 2만, 3만여 건 가량인 데 비해 유독 이 아파트의 하자건수가 많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경기도품질검수단 관계자는 “1,000세대 넘는 단지는 평균 29,30개월을 공사기간으로 잡지만, B단지는 공사비를 아끼려는 의도였는지 24.5개월 만에 끝냈다”며 “공기에 쫓기다 보니 공사를 조급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내 새 도시에서 발생하는 부실시공 민원은 B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하자와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입주민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1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입주예정일을 3개월이나 넘긴 지난달 26일에서야 사용승인이 난 용인의 H아파트(294세대)에서도 1만1,000여건의 하자가 쏟아져 입주민이 애를 태워야만 했다. 예정일에 맞춰 기존 거주지를 팔아 거처를 잃은 74세대는 임시사용승인을 얻어 공사판 속에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수원 광교신도시 E아파트(576세대) 입주민 역시 최근까지 화장실 벽에 금이 가는 등 하자로 속앓이를 했다. 경기도품질검수단이 지적한 하자만 69건에 이르고, 수원시가 이례적으로 한 차례 사용승인신청서 반려권고를 했다 2개월여 지나 승인할 정도였다.
공동주택관리법상 하자가 발생하면 건설사는 15일 이내에 보수하거나 그 계획을 만들어 통보해야 하지만, 기한 내에 처리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가 사용승인을 늦추는 ‘강경책’을 쓰려해도 입주민간 이해관계가 복잡한데다, 건설사의 압력이 만만치 않아 끌려 다니기 일쑤다. 허윤 변호사는 “부실 시공하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갖도록 당국이 정신적 손해배상이 포함된 징벌적 과징금을 건설사에 강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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