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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미경’ 검증, ‘망원경’ 검증

입력
2017.06.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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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현관예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사람은 5선의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다. 2004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장관 청문회에서 6시간도 채 안돼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진기록을 세우면서 생긴 용어다. 쟁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데다 이명박 정부에선 해수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이기도 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불거졌으나 “시세 차익을 많이 남기지는 않았다”는 한마디에 그냥 넘어갔다. 의원들은 “대선배님이 오셔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 같은 해 여당 대표를 지낸 5선의 황우여 의원의 교육부장관 청문회는 역대 가장 밋밋한 청문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판사 출신으로 교육경험 전무에 아들 병역 특혜와 법사위원 기간 동안의 변호사 활동, 손녀 이중국적 등의 의혹이 쏟아졌으나 청문회는 일사천리였다. 야당인 새정치연합 의원조차 “후보자가 국회에 상당한 경륜이 있으셔서 그렇지 아니면 의원들이 소리 꽤나 질렀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감쌌다.

▦ 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제도 도입 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 중 하나는 현역 국회의원 불패 신화다. 25명의 현역 의원이 청문회장에 섰지만 낙마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4,1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4명의 청문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동산 투기와 농지법 위반, 논문 표절, 가족 특혜 채용 등이 문제가 됐지만 도덕성ㆍ자질 검증보다 정책 질의가 주를 이뤘다. 야당에서조차 “따뜻한 형님 같은 분” “무엇보다 잘 된 인사”라는 칭찬에 “TK출신으로 장차 큰 일을 하기 바란다”는 덕담까지 나왔다. 강경화나 김상조, 안경환 등 비의원 출신에게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 의원들은 “국회 의정활동을 함께 하면서 쌓아 온 친분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언제든 처지가 바뀔 수 있다는 일종의 ‘동업자 정신’도 솜방망이 검증의 원인이다. 일각에선 ‘내부 담합’이라는 음모적 시각도 제기한다. 국회의원 출신은 낙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만들어내면 앞으로 대통령들이 청문회가 두려워 의원 입각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야를 초월한 암묵적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되려면 ‘현관예우’부터 사라져야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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