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996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슈틸리케 감독과 계약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이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브리핑을 열고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끝낸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24일 부임했다. 계약 기간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다. 단 ‘아시아 예선 탈락 시에는 계약이 자동 해지된다’는 조항이 있다. 현재 최종예선 두 경기가 남아있어 자동 해지 조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계약대로라면 슈틸리케 감독에게 내년 6월 월드컵 본선까지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5억~18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성적 부진에 책임을 물어 사실상 경질하는 것이지만 계약상 12개월여 분 잔여 연봉은 축구협회가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도 이날 “책임을 통감 한다”며 기술위원장직을 내려놨다. 한국 축구는 대표팀 사령탑과 기술위원장의 동시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년 9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중 최장수 재임 기록이다. 첫 출발은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화려했지만 결코 해피엔딩은 아니다.
한국 축구는 현재 ‘백척간두’ 위기 상황이다.
한국은 현재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2위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이 6승2무(승점 20) 선두고, 3위 우즈베키스탄이 4승4패(승점 12)로 한국을 추격 중이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홈), 9월 5일 우즈벡(원정) 두 경기를 남겨놓고 있고, 우즈벡은 중국 원정에 이어 한국과 홈경기를 소화한다. 한국이 이란을 잡고 우즈벡이 중국에 지면 바로 한국의 조 2위가 확정돼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밖의 경우에는 한국-우즈벡의 최종전에서 두 팀 운명이 갈린다. 남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삐끗해도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 물거품 된다.
위기의 한국 축구를 책임질 후임 사령탑에 관심이 쏠린다.
이 위원장은 “차기 감독은 새 기술위원장과 위원들이 결정해야 할 상황이다”고 말을 아꼈다. 절차상 일단 기술위원장이 먼저 선임되고 새롭게 기술위가 꾸려지면 차기 사령탑 물색 작업에 들어간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일단 국내 지도자다. ”외국인 감독을 뽑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이어 “다음 감독이 앞으로 치를 최종예선을 포함해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종예선 두 경기를 감독대행 체제가 아니라 신임 사령탑에게 아예 맡기겠다는 의미다. 또한 침체된 선수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능력, 최종 예선을 치러본 경험을 갖춘 지도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정무(62)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신태용(47) 전 U-20 대표팀 감독으로 좁아지는 분위기다.
허 부총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사령탑으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궜다. 현 대표팀의 정해성(59) 수석코치와는 수 년 간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 제안이 온다면’이라는 질문에 “한국 축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며 피하지는 않을 것을 암시했다. 신태용(47) 감독은 U-20 대표팀을 지휘하기 직전까지 성인대표팀 코치로 약 2년간 일해 대표팀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안다. 단기간에 팀을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역시 ‘남은 두 경기에서 자칫 잘못돼 본선에 못 나가면 지도자 인생에 오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지도자는 도전의 연속이다”며 개의치 않아 했다. 신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최종예선을 소화한 경험은 없지만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최종예선 1~5차전을 함께했다.
파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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