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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외벽 자재가 화마 키워” 런던 지역사회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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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외벽 자재가 화마 키워” 런던 지역사회 분노 폭발

입력
2017.06.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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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활동도 민간단체가 주도

지자체 무능 대응에 비판 쏟아져

사망자 17명으로 늘어나

14일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인근 주민과 자원활동가들이 피해 가정들을 돕기 위해 구호 물품들을 길거리 한가운데에 모으고 있다. AFP 연합뉴스
14일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인근 주민과 자원활동가들이 피해 가정들을 돕기 위해 구호 물품들을 길거리 한가운데에 모으고 있다. AF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24층 규모 그렌펠타워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이후 피해 지역에서 원성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자체가 외면에 가까울 정도로 사후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화재 확산 원인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된 ‘싸구려’ 자재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지역 사회 전체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그렌펠타워 참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인근에 몰려든 자원봉사자들과 자선단체 관계자들을 집중 조명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그렌펠타워가 위치한) 켄싱턴ㆍ첼시 등 지역 의회와 재난 대응 당국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화재 직후 현장 인근에 대피처를 마련, 구호 물자 수령과 배분에 나선 국제구호단체 ‘이슬라믹릴리프’의 활동가는 “왓츠앱(모바일 메신저)을 통해 런던 내 여러 무슬림 자선단체들이 소통해 인력과 자원을 모으고 있다”며 “대부분 구호 활동이 일선 민간단체의 몫이 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구호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지 않은 사이 일부 단체들은 밀려드는 구호물자를 피해 가정에 전달하지 못한 채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렌펠타워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의 노팅힐 감리교 교회에서 구호 활동에 나선 시민은 “공간이 부족해 기부 물품들을 반환하고 있다”며 “당국의 협조가 전혀 없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화마에 가전은커녕 옷가지, 식량, 휴대폰도 잃은 피해 가정들은 이러한 상황에 절망만 더해가고 있다.

참사 배경과 원인에 대한 보도가 속속 나오면서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BBC방송은 불이 삽시간에 번진 이유로 건물 외벽 자재를 지목했다. 2015년 그렌펠타워의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 라이던은 외벽 자재로 폴리에틸렌(플라스틱 일종)을 알루미늄으로 감싼 알루미늄 복합 패널을 사용했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비교적 저렴한 대신 내화성이 약한 자재로 악명 높은데, 실제 2014년 11월 호주 멜버른 라크로스 빌딩, 2010년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아파트 등 전세계 고층 건물의 대형 화재마다 주요 원인으로 언급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 자재가 화재에서 굴뚝 같은 역할을 해 불길이 순식간에 고층으로 번졌다”고 방송에서 설명했다.

냉장고 폭발, 배선 결함 등 화재 원인을 추정하는 여러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망자 수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암담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런던경찰청이 14일 밤 “소방대원들이 건물 대부분을 수색했다”고 밝힘에 따라 더 이상 생존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그렌펠타워에는 125가구, 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조된 인원은 65명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7명이며, 그 외 18명의 중상자를 포함해 78명이 부상했다. 한편 영국 경찰은 이번 화재에서 테러와 연관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15일 영국 런던 켄싱턴 구역의 고층 아파트 그렌펠타워가 전날 발생한 화재로 외벽이 뜯겨 나간 채 방치돼 있다. AP 연합뉴스
15일 영국 런던 켄싱턴 구역의 고층 아파트 그렌펠타워가 전날 발생한 화재로 외벽이 뜯겨 나간 채 방치돼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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