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대표 보컬트레이너인 가수 이석훈은 형 같은 면모가 두드러지는 선생님이었다. 현실적인 조언은 따끔하게,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 없는 칭찬이 이어졌다. 그룹 SG워너비의 멤버로 화려한 창법을 보인 리드 보컬 김진호,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한 김용준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던 그는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면서 노래 실력을 재평가 받았고 큰 인기도 얻게 됐다.
이석훈이 4년 5개월 만에 가수로 돌아온다. 15일 세 번째 미니앨범 ‘유 앤 유얼스’를 발매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사실 지금 많이 긴장했는데, 떨고 있는 게 표시가 나냐”고 물으며 웃었다.
타이틀곡 ‘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고백송으로 이석훈의 솔로 데뷔곡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를 작곡한 가수 로코베리와 이석훈이 공동 작곡했다. 이석훈은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다. 아내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라고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랜 만에 솔로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니앨범은 지난해 발매 예정이었으나 올해 6월로 미뤄졌다. 스스로 “노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생겼다. “제 노래를 제가 들어도 좋더라고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 부족함까지도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제 노래는 듣는 분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와 함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앨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그는 노래하는 내내 긴장된 표정이었다. “데뷔 초에는 없던 무대 공포증이 매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수준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대에서 두려움이 표출됐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도 자신의 일부라고 인정하니 오히려 무대공포증도 줄었다. 이석훈은 “음정, 박자도 중요하지만 노래의 심지를 보여주는 게 진짜 실력”이라며 “떨리면 떨리는 대로, 음정이 나가면 나가는 대로 내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 오히려 음악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프로듀스 101’ 연습생에게서 영향도 많이 받았다. 원래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트레이너 준비를 하고 있던 그는 Mnet의 섭외가 들어오자 흔쾌히 응했다. “가르친다기 보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트레이너 활동이지만, 이제 이석훈에게도 큰 깨달음을 안겨준 경험이 됐다.
“대중은 한 회당 1시간 30분의 방송으로 이 친구들을 평가하지만, 전 하루 종일 이 친구들을 보잖아요. 방송에 드러나지 않는 모습들이 많아요. 깁스를 해서 연습하지 말래도 계속 노력하고, 목소리를 아끼라 조언해도 끝까지 해내죠. 아픈 몸으로 절실하게 노력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족한 트레이너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습니다.”
앨범 작업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음원차트 1위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는 “당연히 1위를 기대한다”면서도 “이석훈이 진짜 자기 노래를 하는 가수라는 것, 멋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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