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캐디는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의 캐디 J.P.피츠제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자체 집계해 15일(한국시간) 발표한 PGA투어 캐디 수입 순위에 따르면 피츠제럴드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65만 달러(약 18억 5,000만원)를 벌어 1위에 올랐다.
2008년부터 매킬로이의 전담 캐디로 활약중인 피츠제럴드는 지난해 9월 매킬로이가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시즌 페덱스컵 정상에도 오르면서 한꺼번에 105만달러(약 11억 8,000만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매킬로이는 우승상금 153만 달러에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900만 달러까지 가져갔다. 피츠제럴드는 매킬로이에게 문자를 보내 “제 은행 계좌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디 피츠제럴드가 스윙 한 번 없이 벌어들인 165만 달러는 상금 순위로 따지면 지난 시즌 기준 61위에 해당한다. 이는 PGA투어 다음 시즌 출전 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로, 짐 퓨릭(47), 키건 브래들리(31), 타이거 우즈(42ㆍ이상 미국)보다도 높은 순위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3ㆍ미국)의 캐디 오스틴 존슨이 160만 달러를 벌어 수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더스틴 존슨은 자신의 남동생인 오스틴이 2013년 가을부터 캐디직을 수행한 이래로 2,500만 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였고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겉으로 보기에 캐디의 역할은 그저 골프백을 메고 선수를 따라다니는데 그치지만 실제 임무는 그보다 복잡하다. 완벽한 코스 파악을 바탕으로 그린의 경사, 잔디 상태, 바람의 변화와 날씨까지 파악해 선수에게 조언한다. 선수는 캐디가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더 나아가 캐디는 선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 탈출구를 찾아주는 등 심리적인 안정도 가져다 준다.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더스틴 존슨이 실수로 공을 물에 빠뜨리자 오스틴이 발 벗고 나서서 주워오기도 했다.
캐디의 수입 경로는 선수의 상금을 일부 나눠 갖는 것이 기본이다. 캐디는 통상적으로 상금의 8%를 가져가고 우승할 경우 10%를 받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일부 톱 랭커들의 캐디는 자체적으로 모자에 스폰서 로고를 넣기도 한다. 필 미켈슨(47ㆍ미국)이나 로리 매킬로이 같이 중계화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선수의 캐디는 모자에 6개까지 스폰서 로고를 붙일 수 있다. 포브스는 선수들의 상금 배분 관례와 캐디의 스폰서십 계약금액을 더해 수입 규모를 추산했다.
하지만 모든 캐디들이 전부 고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상위 10명의 캐디는 연간 최소 5만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랭킹 100위권 밖 선수의 캐디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 조차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캐디들이 자신들에게도 대회 후원금의 일부를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기각 당한 적도 있다. 2015년 캐디 168명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방 법원에 “대회 후원사 로고가 새겨진 캐디 조끼를 입는 대가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PGA 투어가 1년에 스폰서로부터 5,000만 달러(약 550억 원) 이상을 받고 있지만 캐디에게 돌아오는 몫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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