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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자리 개혁, ‘진영내 소통’과 ‘국지적 소타협’부터

입력
2017.06.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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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역설했다. 90년대 이후 약 사반세기 동안 모든 정권이 끊임없이 강조해 왔던 수사인 노동시장 개혁을 향한 사회적 대타협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든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우리 사회에서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는 고차원의 정치수단이다. 가장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노동개혁을 이야기하며 우격다짐식 대타협을 밀어 부쳤지만, 결과는 의미 있는 개혁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자원낭비와 관계악화로 끝나고 말았다.

솔직히 지금 한국에서 대타협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행여 대타협이 이루어질지언정 그 효과가 얼마나 크고 지속가능할지도 우려스럽다. 선언적 맹탕 대타협, 용두사미식 사회적 대화가 뻔할 거라면 또 해야 하나 싶다.

매력적이고 의미 있는 정치적 수단임에도 지금 한국에서 대타협의 실현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그것은 핵심적으로 노동시장의 광범위한 분화상태와 노사관계의 협소한 구조화 상태 간의 간극이 너무나 커진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일자리들 간 격차는 현격히 증가했고, 최근 9년간의 보수정부 하에서 포용적 노동시장의 구축과 민주적 노사관계의 정립이 홀대 받는 가운데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었다.

그 결과 일자리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노사관계는 전혀 딴 세상이다. 기형성된 노사관계가 주로 포진해 있는 상층부에서는 임금과 복지를 놓고 노사간에 관습적인 교섭과 갈등이 전개된다면, 하층부에서는 노동조합의 인정여부 등 마치 산업사회 초기를 방불케 하는 갈등이 주를 이룬다. 둘 간의 소통이 부재하면서 전자의 노조는 자기이해 보위적 행태에 급급했고, 확대되어 가는 주변부 일자리 질서에 대한 공동 제어자로서의 역할수행은 버거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논한다는 것은 2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그 뉘앙스와 강조점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새로운 대타협의 핵심의제로 하층부 노동의 이해증진을 위해 상층부 노동이 양보하라는 요구가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으나,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NGO가 되라는 요구만큼이나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역동적이고 포용적인 노동시장 질서의 실현과 그것을 향한 사회적 응집력의 강화, 그 일환으로서 대타협의 추구라고 하는 우리사회의 이상을 포기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수행할 주체들의 상태와 그들간의 관계 및 소통양태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타협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투자와 안배, 정교한 단계화 구상 및 속도조절도 필요하다.

일단 ‘진영 내 소통’과 ‘국지적 소타협’에부터 힘을 기울이면 어떨까. 필자가 보기에 중앙수준에서의 거대한 대화 이전에 먼저 있어야 할 노동 강자와 노동 약자 간의 소통과 대화,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소통과 대화 등 진영 내에서의 움직임조차 우리 사회에서는 크게 미흡하고 부족하다. 특히 지역에서 노동 이해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노조와 노동단체들이 통 크게 대화하면서 지역의 일자리 질서의 굴곡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작업은 너무나 절실하다.

대타협으로의 비약 이전에 업종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업 수준에서의 노사 간 이해조정 및 노사관계의 확대된 틀거리 강화를 위한 국지적이며 건강한 노력들을 발굴, 활성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일자리 창출을 향한 보건의료부문 노사의 노력이나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향한 광주에서의 노력 등이 그 대표사례들이다. 어딘가에서의 작은 성공과 성취는 남의 업종, 남의 지역의 이야기일지라도 큰 자극과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며, 그것을 잘 인큐베이팅하고 성장시켜내기 위한 노력은 전국 수준의 사회적 대화나 대타협의 내실을 기하는 필수기반이 될 것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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