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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터지는 성석제표 익살과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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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터지는 성석제표 익살과 해학

입력
2017.06.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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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안팎의 짧은 이야기 55편을 묶은 신작을 내며 작가는 말했다. “이야기라는 인간세상의 보석에 나는 언제나 홀려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쪽 안팎의 짧은 이야기 55편을 묶은 신작을 내며 작가는 말했다. “이야기라는 인간세상의 보석에 나는 언제나 홀려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발행ㆍ284쪽ㆍ1만3,000원

문학이 가진 다종다양한 기능 중 ‘재미의 기능’에 충실한 장르를 단 하나 꼽으라면 엽편소설이다. 글자 그대로 나뭇잎 넓이, 5쪽 안팎의 짧은 이야기는 가볍고 일상적이라서 소설 한편을 다 읽는데 5~10분이면 족하다. 웬만하면 5명을 넘지 않는 단순한 인물 구도, 단 하나의 사건은 당대 농담의 패턴을 담고 있다.

전자책 출판과 인터넷을 통한 작품 연재가 무시로 일어나는, 그리하여 이제 작가도 스크롤의 압박을 계산해야 하는 시대, 엽편소설에 또 하나 기능이 추가된다. ‘책 물성 보존의 기능’. 스마트폰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려가며 읽기보다 책으로 묶을 때, 읽는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어디를 펼쳐도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를 입맛대로 골라 키득거리다 보면 OOO시리즈로 점철되는 유머들을 굳이 책으로 사서 읽었던, 그때 그 시절 향수와 맞물리며 책의 물성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극도로 자극된다.

산문시와 수필, 소설의 교집합처럼 읽히는 62편을 묶은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1994)로 데뷔한 중견 소설가 성석제가 또 한편의 엽편소설집을 냈다.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2007), ‘인간적이다’(2010)의 일부에 올해 새로 쓴 작품들을 보태 무려 55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주무기인 풍자와 해학, 익살과 능청이 책 곳곳에서 퐁퐁(성석제 소설을 말할 때, 이런 부사 하나쯤 써야 예의가 아닌가!) 솟는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반세기도 더 지난 아득한 옛날, 시골초등학교의 인구밀도는 오늘날에 비해 서너 배는 높았다. 따라서 변소도 웅장하리만큼 크고 넓었다.’

저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골초등학교 변소에 출현한 새끼 고양이만한 쥐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뉴트리아의 전설’은, 여름철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독자들께 식사 5분 전 일독하길 권하나 너무 지저분해 기사에서는 생략한다.

‘성석제표’ 맛있는 대사의 비결인 팔도 사투리가 이 짧은 이야기들에서도 빛난다. 비행기 운항 에피소드를 담은 ‘기우’에서 농한기 효도관광을 떠나는 10여명의 노인들은 “날개 끄티가 쪼매 금가고 들린 기 뿌라진 거 같다”며 논쟁을 벌이고, 진짜 비행기 날개 끝이 구부러진 것으로 결론, 회항한다.

‘다른 비행기가 올 때까지 승객들은 공항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서너 시간 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나왔다. (…) “아따요, 머 우리가 잘한 기 있다고 이래 밥까지 주노, 미안쿠로. 반찬도 많구마 이래도 비양기 회사 안 망하나 모를따.”’

16년 만의 마을 이장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성억제’씨를 출연시켜(‘특별히 멋을 내다’) 입담의 신호탄을 쏘는 책은, 대통령 한 마디에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날개만 돌리고 있을 뿐’인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군수(‘마을 발전 사업’), 신도시 상가주택 매입을 권하는 부동산 경제소장에게 ‘그럴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을 ‘필력’을 다 해 설명하는 소설가 K(‘진짜 알짜 부자’) 등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고압선에 튀는 불꽃같은’ 인물들을 묘사하며 세태를 비튼다. 신작과 함께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역시 짧은 소설집인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2003) 개정판도 나왔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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